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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현장을 가다] 메마른 라인강, 속타는 독일

드러난 강바닥 이리저리 피해 가는 화물선…물 마른 강가에서 양떼 풀뜯어 라인강 유람선도 운행 중단…물동량 적어져 독일 경제 '제동'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메마른 라인강, 속타는 독일
드러난 강바닥 이리저리 피해 가는 화물선…물 마른 강가에서 양떼 풀뜯어
라인강 유람선도 운행 중단…물동량 적어져 독일 경제 '제동'

[※ 편집자 주 =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글로벌 특파원망을 가동해 세계 곳곳을 할퀴고 있는 기후위기의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폭염, 가뭄, 산불,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시름하는 지구촌 현장의 특파원 리포트를 연중기획으로 연재합니다.]



(엠머리히·뒤스부르크·쾰른[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요새 독일 신문들 1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라 온통 라인강의 아슬아슬한 수위 얘기다.
16, 17일(현지시간) 이틀간 라인강 하류인 독일 북서부 엠머리히에서 쾰른까지 약 150㎞를 라인강을 따라가며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올여름 유럽은 '500년 만의 가뭄'을 맞았다고 한다.
유럽 대륙을 적셨던 강줄기도 '역대급' 가뭄을 버텨내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알프스에서 북쪽으로 흘러 독일 서부를 거쳐 네덜란드에 닿아 북해로 빠지는 라인강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엠머리히엔 시계처럼 생긴 노란색 수위계의 바늘은 중앙의 '0'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독일에서 지형 높이의 기준이 되는 수직기준면(NHN)보다 낮은 '마이너스'가 됐다는 뜻이다.
16일 엠머리히의 수위 측정소 주변의 라인강 수심은 약 1.9m라고 했다. 바지선이 강을 운항하기 위한 최소 수심은 1.5m. 수심이 40∼50㎝ 정도밖에 여유가 없는 셈이다.
평소 라인강의 수심은 3∼6m 정도다.
이날 수위 측정소에서 만난 파트릭 씨는 "40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수위계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해서 구경왔다"며 "이미 수위가 너무 낮아져 배들이 적재량의 3분의 1 밖에 못 싣고 있는데 이는 독일 경제에는 아주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릭 씨의 말처럼 라인강의 가뭄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비단 식수나 농업, 관광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아서다.
장장 1천233㎞ 길이의 이 강은 유럽 내륙 물류의 70%를 담당하는 '아우토반'이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 유럽 최대의 물류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강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덕분이다.
패전국 독일은 라인강에 의지해 유럽의 최대 경제 대국을 이룰 수 있었다. '한강의 기적'은 그 원조를 '라인강의 기적'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강이 지금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난과 인플레이션을 겪는 터에 독일의 속은 강바닥 만큼이나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올해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물류가 여름철 석달간 지장받게 되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0.25∼0.5% 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라인강 하류에 속하는 엠머리히에선 강폭이 400m쯤 된다고 하는데 가뭄에 가장자리부터 말라들어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예전 강변에서 모래 섞인 자갈밭 수십 m는 걸어 들어가야 강물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엠머리히에서 남쪽으로 64km 정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최대의 내륙항구로 불리는 뒤스부르크에 닿는다.
뒤스부르크 주변은 라인강을 통해 실려 온 지하자원이 모이고 풍부한 강물을 기반삼아 독일의 대표적인 중공업 지대로 성장했다.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이 도시의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다리 위에서 본 바지선 한 척이 드러난 강바닥을 이리저리 요령있게 피해가고 있었다.
평소엔 상하행 바지선이 동시에 엇갈릴 수 있었지만 강물이 말라 물길이 좁아지는 바람에 한 번에 한 척이 겨우 운행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뒤스부르크 내륙항행박물관에서 만난 나딘 씨는 "라인강은 평일이면 상행과 하행바지선이 끊임없이 오가야 정상인데 지금은 오가는 선박수가 훨씬 적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도 라인강에 홍수가 났다가 물이 말랐다가 했지만, 점점 마르는 시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1만여년 전 인류가 배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부터 라인강에는 배가 오갔는데 조금 있으면, 아무것도 못 다닐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라인강의 가뭄은 지금까지는 20년 주기로 알려졌지만 이번 가뭄은 2018년 이후 4년만에 닥쳤다.
주로 철광설, 석탄, 곡물, 석유제품을 나르는 라인강의 바지선은 화물을 다 채우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적재 중량이 보통 2천t인데 강바닥에 배가 닿지 않도록 화물량을 3분의 1이나 4분의 1로 줄여야 해 한 번에 500t 정도밖에 싣지 못하는 탓이다.
나딘 씨는 "이미 상류에선 바지선이 다니지 못해 (상류인) 독일 남부지역에는 석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선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줄어들고 운송 속도가 느려져 로테르담에서 독일 남부까지 액체화물 바지선의 운송료는 6월만 해도 t당 20유로였지만 이달 초 87유로로 높아졌다.
또 바지선을 대신해 육로로 운반하다 보니 물류비용이 더 커져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다.


라인강의 상류 쪽으로 올라갈수록 수량은 눈에 띄게 적어졌다.
뒤스부르크에서 상류 쪽으로 26km 떨어진 뒤셀도르프에서는 강 가장자리는 이미 육지로 변했다.
평상시라면 물이 가득 찼어야 할 강둑 쪽은 바닥이 갈려져 있고, 풀이 난 곳에선 양떼가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강변을 둘러보던 엘케 씨는 "예전에는 여기까지 물이 올라와 유람선을 탔었다"며 "이젠 전기나 가스는 물론 생활필수품까지 모두 비싸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뒤 폐허 속에서도 라인강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자랐는데 독일은 전쟁 이후 쌓아온 것들을 지금 모두 잃어가고 있다"며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가 한꺼번에 왔다"고 한탄했다.

강변에 산책 나온 카트린 씨는 "원래 여기는 다 물이 차야 하는 곳인데, 물이 저 멀리 있다니 아주아주 물이 부족한 것"이라며 "바지선이 화물을 정량의 3분의 1 밖에 못 싣는다니 식료품이건 전기건 가스값이건 모두 미친 듯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 얘기를 한 지는 오래됐지만 사람들이 자연에 주의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제 자연이 우리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뒤셀도르프에서 37km 상류로 올라가면 라인강 중류의 대표적인 산업 중심지 쾰른에 다다른다.
라인강의 최대 유람선 회사 KD는 선착장 매표소에 ' 수위가 너무 낮아져 유람선 여행을 취소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라인강변을 산책하던 관광객들은 이 안내문이 쓰여있는 텅 빈 매표소 앞을 서성이다 발걸음을 돌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해 로렐라이 언덕에 올라 굽이치는 라인강을 보고 쾰른에 도착하는 관광코스는 옛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쾰른 시민 타티야 씨는 "라인강은 훨씬 예뻤던 적이 많았다"며 "안타깝게도 물이 너무 없어졌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하천관리청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라인강 수위가 사상 최저로 낮아진 원인으로 높아진 기온과 가뭄 등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아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눈이 빨리 녹으면서 수위 상승에 기여하지 못한 데다 강수량이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연방하천관리청은 향후 기후변화와 관련한 전망 결과, 갈수록 라인강의 수위 저하가 심각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1세기 말에는 라인강 중류의 수위(카웁 수위계 기준)가 지금보다 20%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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