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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통일교, 日신자에 타인행세 투표지시"…부정선거 의혹 제기

교단 측 "특정 정당이나 후보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일 없다" 관계 있는 일본 국회의원 106명…자민당이 82명으로 대부분

"옛 통일교, 日신자에 타인행세 투표지시"…부정선거 의혹 제기
교단 측 "특정 정당이나 후보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일 없다"
관계 있는 일본 국회의원 106명…자민당이 82명으로 대부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과 일본 정치권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현지 미디어는 신자들이 선거와 관련한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에서 복수의 가정연합 신자나 과거 신자였던 이들이 선거 운동에 관여했다고 증언했으며 이들의 행위가 때로는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30년 전에 가정연합의 신자가 됐고 현재는 신자가 아닌 한 서일본 지역 거주 50대 여성은 이 종교단체의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때 자민당 후보의 연설회장에 가짜 청중으로 동원됐다.
이 여성은 선배 신자의 지시를 받아 현(縣·광역자치단체) 의원 선거 때 후보를 중상하는 전단을 봉투에 넣고 받는 사람 이름을 적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위험한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불신은 죄"라는 종교의 가르침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바람에 망설이는 마음을 억눌렀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부정 투표도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사해서 기숙사에 살지 않는 신자에게 배달된 투표소 입장권을 이용해 신분을 속이고 투표하러 갔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오전에는 자신의 것을 사용해 투표소에 가고 오후에는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해 투표소에 가는 등 들키지 않도록 궁리를 했다면서 "부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죄악감이 없었고 우리들의 일이 신(神)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무섭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신자에게 불안감을 느끼도록 해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사도록 하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에도 관여했으나, 현재는 가정연합을 탈퇴한 상황이며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감상법은 어떤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거나 운이 트인다거나 하는 주장을 믿게 해서 매우 비싸게 파는 수법이다.
과거에 가정연합 신자였던 한 40대 여성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무렵까지 국회의원 선거나 인근 지방 선거가 있으면 가정연합 계열의 정치단체인 국제승공연합의 요청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는 차량에서 마이크를 들고 홍보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자신이 담당한 후보는 자민당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자들이 선거를 지원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가정연합은 "신자가 개인 의사로 홍보 방송 담당을 하거나 연설을 들으러 가는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종교법인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일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현직 국회의원 가운데 가정연합 측과 관계를 맺은 이들이 106명에 달하며 집권 자민당이 82명으로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가정연합이나 이들과 관계있는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 선거 때 지원을 받거나 그런 의사 표명을 받은 적이 있는 의원, 이들 단체의 행사에 출석하거나 축전을 보낸 의원, 민·형사 사건과 관련해 이들 단체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는 의원을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조사 결과를 집계했다.
이런 실태는 중·참의원 의원 71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로 파악됐으며, 응답자는 583명(81.9%)이었다.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노다 세이코 전 저출산 담당상, 후루야 게이지 전 국가공안위원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 노부오 전 방위상, 아마리 아키라 전 간사장, 히라이 다쿠야 전 디지털 담당상 등 전·현직 각료나 당 간부도 가정연합 측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도통신은 "교단이 자민당을 중심으로 정계에 폭넓게 침투한 실태가 다시 명확해졌다"며 임시 국회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민당이 가정연합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달 10일 개각을 단행한 후에도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으며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가정연합의 일본 내 활동 실태나 정치권과의 관계가 논란이 됐다.
아베 전 총리 살해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애초에 가정연합 수장을 살해하려고 했으나,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가정연합과 천주가정연합(UPF)이 2021년 공동 개최한 '싱크탱크(THINK TANK) 2022 희망전진대회'에 아베 전 총리가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영감상법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가정연합 측이 평범한 책을 1권에 3천만엔(약 2억9천만원)이나 받고 신자에게 팔기도 하는 등 영감상법으로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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