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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석빙고

 얼음 창고는 여름에 반가운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얼음이 가득한 서늘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냉장고가 귀한 시절에 얼음이라는 글씨 커다란 얼음 파는 창고에서 거친 톱으로 썰어준 한 덩어리 얼음을 새끼줄에 묶어 들고 부지런히 뛰어오던 발걸음과 잘게 쪼개어 수박과 함께 만들어 먹던 여름의 별미 얼음 수박은 여름의 시원한 추억이다. 얼음 공장과 녹지 않게 보관하는 창고가 있음을 감사하며 옛날 선조들은 여름에 얼음 구경 꿈도 못 꾸었겠다며 필요 없는 걱정을 했었다. 나중에 석빙고라는 시설을 만들어 이용했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듣고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감탄했었다. 겨울에 깨끗한 얼음을 잔뜩 잘라 돌로 만든 저장고에 보관하였다가 여름에 귀하게 사용했다니 녹지 않고 여름까지 보관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겨울이면 산천에 지천으로 쌓이는 얼음이 여름에는 얼마나 귀한 것으로 대접받았을까 생각하면 지금의 냉장고가 새삼 고마워진다.  
 
계곡에 피서를 가면 차가운 계곡물에 수박, 참외 등 과일을 담가놓았다가 그 시원한 맛을 즐겼다. 집에서는 깊은 우물 속에 내려놓았다가 꺼내어 차가워진 과일을 이 시리게 먹기도 했다. 냉장고 없던 시절에 천연 무공해 냉장 방법은 여름밤 어쩌다 불어오는 서늘한 산바람과 더불어 아무런 거리낌 없는 여름나기였다. 인공의 찬바람에 식어버린 방 안 공기로 체온조차 식어버린 듯한 부자연스러운 서늘함의 여름나기는 따라올 수 없고 지금은 누리기 어려운 호사인 것 같다. 모기 한 마리도 피하는 쾌적한 공기 속에서 깨끗하게 즐기는 지금의 여름 속에서 모기에  뜯기며 매캐한 쑥 향 연기 속에서 그렇게 지내던 여름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드르륵 하며 냉장고에서 쏟아지는 얼음을 그릇에 담으면서도 돌로 쌓은 얼음 창고에서 지난겨울의 얼음을 꺼내던 선조들의 숨결이 우리에게 전해오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로 지은 견고한 창고 안에서 하얀 안개를 뿜으며 차곡차곡 쌓여 있는 세월을 담은 특별한 얼음을 상상하면 한여름 무더위는 저만치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여름날 무더위가 찾아오면 추운 나라가 그리운 사람들은 그 추운 나라의 작은 조각이라도 옆에 두고 싶어 얼음조각 쌓아놓고 여름을 이겨보려고 한다. 더위가 에워싸면 그때 석빙고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 장치가 되었을까 쉽게 짐작이 간다. 삶에 닥치는 불규칙한 계절의 습격이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더위가 되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석빙고 얼음 한 조각의 힘으로 견디어 낸다. 그런 사소한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지나가는 사람들은 웃고 있지만, 손안에 작은 얼음 하나 혹은 차가운 물 한 모금을 소유한 사람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위안과 힘을 주는 특별한 기운을 받아 길 끝까지 갈 수가 있다. 시련으로 낙담하여 쓰러지던 사람이, 갈 길을 몰라 방황하던 사람이, 인생의 해답을 찾아 고뇌하던 사람이 결국 다시 일어서고 길을 발견하고 답을 듣는 것은 두꺼운 책으로 길게 늘어놓은 장광설이 아니고 한줄의 문장, 한 마디의 외침, 짧은 시구 하나에서 그것을 얻는다. 여름을 이기는 힘을 석빙고에 담아 놓고 견디어 내듯 사람들은 그 마음 한쪽에 비밀의 공간을 두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석빙고가 얼음과자 가게 이름으로 알았다가 나중에야 그것이 돌로 쌓아 올린 얼음창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받았던 특별한 느낌을 기억한다. 어쩌면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금방 녹아내리고 마는 얼음 몇 조각을 보관하고자 그런 노력을 드렸을까 하는 의문과 그 견고한 얼음 보관 노력이 참으로 별나게 다가왔다. 냉장고 없는 시대에 작은 위로가 되는 그러나 특별한 위로가 되는 얼음 한 덩어리를 위한 노고를 생각하며 석빙고라는 말이 주는 특별한 의미를  떠올린다. 무더위 같은 지루한 고난의 시간을 무엇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가 고민하게 될 때 석빙고라는 단어가 주는 단단하고 특별한 극복 의지를 발견한다. 지나가는 자들이 웃어버리고 마는 그러한 방법이지만 그것에서 뜻밖의 힘을 발견하는 그런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석빙고라는 이름은 한여름에 시원한 언어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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