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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힘들더라도 걸어야 하는 이유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돈은 많지만 바빠서 잘 놀아주기 힘든 부모와 가난하지만 가정적인 부모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취지일 것이다. 이런 질문은 사실 오랫동안 우리 주위에 있었고 아마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일 것이다. 어른들이 자신의 눈높이에서 만든, 그래서 아이를 혼란에 빠뜨리는 질문들이다.
 
한 아이가 ‘꼭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이라고 토를 달고서는 부유한 부모를 택했다. 이유는 가난해서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부자인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로 ‘여행’을 들었다. 가난하면 마음대로 여행을 못 가고 결국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없다는 나름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질문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을 더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은 ‘슬프다. 벌써 아이들이 저렇게 생각한다니’부터 ‘애들이 더 현실적이다’ ‘돈 없는 부모는 답도 없다’는 식의 글이 줄을 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들어선 한국에서 가난이 더욱 무서운 단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남들과 같은 여유와 부를 가지지 못하면 모두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성장 속에 부를 성공으로 생각하며 살아 온 사람들은 더 이상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돈’이라는 체험이 오히려 진리에 가까운 것이다.
 


안타깝지만 성장과 성공은 교회 역시 피해 가지 않았다. 성장과 성공이 가난과 그로 인한 많은 불행을 밀어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 뒤에 있는 욕망을 무시한 대가는 간단하지 않았다. 영혼을 향한 사랑은 교회 확장 속에 파묻히고, 성공한 목사, 대형교회, 그리고 교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제일 무서운 사실은 교회가 잘못을 알게 되어도 성공이 무너질까 봐 회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회를 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다는 명목 때문에 교회는 너무나 많은 아픔을 겪는다. 하나님은 괜찮으신데 우리가 더 난리다.
 
어리석은 질문을 한 어른들에게 말한다. 부자와 가난이 아니라 부모가 소중하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교회는 말해야 한다. 성공과 부흥이 아니라 하나님이 소중하고 성도가 귀하다. 물이 급히 흘러도 물에 비친 달은 떠내려가지 않는다. 바르다는 것은 우리가 힘들더라도 걸어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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