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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녀상 전시 르포] "어른 같은 얼굴…가혹한 상황에 소녀 모습 잃은 듯"

우익세력 "반일 집단 일본에서 나가라" 고막 터질듯한 굉음 시위 시민단체, 나고야·고베에서 소녀상 전시 이어갈 계획

[日소녀상 전시 르포] "어른 같은 얼굴…가혹한 상황에 소녀 모습 잃은 듯"
우익세력 "반일 집단 일본에서 나가라" 고막 터질듯한 굉음 시위
시민단체, 나고야·고베에서 소녀상 전시 이어갈 계획


(교토=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전국 공민관에서 순회 전시를 해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6일 오후 일본 교토시의 한 전시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관람한 사와다 미카코(56) 씨에게 기자가 소녀상 실물을 처음 본 소감을 묻자 이렇게 반응했다.
이틀 일정으로 이날 시작된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교토'에는 소녀상 외에도 태평양전쟁 기간을 포함해 1926∼1989년 일왕으로 재위한 히로히토(裕仁·1901∼1989)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작품 등이 전시됐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검열이나 압력으로 인해 일본에서 전시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거나 전시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한 작품을 모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 항의하는 기획전이다.
소녀상을 직접 본 것이 처음이라는 사와다 씨는 꽤 긴 시간을 들여서 체험하는 방식으로 감상했다.
그는 소녀상 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손을 움켜쥐고, 발꿈치를 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등 소녀상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와다 씨는 "조각은 역시 입체물이다. 사진에는 없는 느낌이 있다. 이 정도 신장의 소녀가 옆에 앉아 있다는 현실감은 정말 무겁다"며 기자에게도 "한번 앉아보라"고 권했다.

그는 우익 세력이 일본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표현의 부자유전을 막으려고 기를 쓰는 것에 대해 "보면 알겠지만, 전혀 (일본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있지 않다"면서 일왕에 대한 약간의 비판적 표현이 "있어도 좋은 것이며 용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아직도 그것이 건드릴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녀상과 마주한 다른 관람객은 일제 강점기에 국가 주도로 벌어진 조직적 성폭력의 가혹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시카와 아이(38) 씨는 "소녀상이 더 어린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고 긴장한 듯한 느낌"이라며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소녀들이 매우 가혹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고 그래서 어린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냐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전시회에 반대하는 이들에 관해 "전시물 어느 것도 일본을 업신여기는 방식으로 만든 것은 없다"며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일대일로 이 작품을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녀상 실물을 처음 봤다고 밝힌 한 여성은 만감이 교차했는지 다소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마키타 나오코 표현의 부자유전·교토 실행위원은 "서울, 제주도 등 여러 곳에서 소녀상을 보고 일본인이야말로 소녀상을 봐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다"면서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이 편견을 버리고 소녀상 앞에서 서서 실제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리 다에코 씨가 소녀상과 호응하는 이른바 협업 작품으로 제작한 '진혼가'(鎭魂歌)도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한(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혼이 하얀 나비로 환생한다는 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관람객들이 소녀상 뒤쪽에 설치된 그물 형태의 작품에 나비를 직접 매달 수 있도록 고안됐다.
주최 측은 우익 세력의 방해를 막기 위해 개최 장소를 사전에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상태로 예약제로 전시를 추진했으며 입장객에 대해 보안 검색을 했다.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으며 이틀간 약 720명이 관람할 예정이다.
근처에서는 전시회에 반대하는 우익 세력이 스피커가 설치된 대형 차량을 여러 대 동원해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을 일으키며 시위했다.
경찰이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을 차단해 직접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표현의 부자유전이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 반일 집단은 일본에서 나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일 집단은 부끄러움을 알아라", "표현의 부자유전이 개최되면 시민에게 큰 폐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과연 누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고, 누가 폐를 끼치는 것인지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음에 노출된 카페에 있던 한 여성은 며칠 전부터 차량 시위가 이어졌다면서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시끄럽다"고 반응했다.

일본 시민들은 힘을 모아 소녀상을 계속 전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25∼28일에는 나고야시에서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다음 달 10∼11일에는 고베시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고베'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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