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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형 병원도 뇌혈관 수술 의사 2~4명뿐이라니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왼쪽)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이 차관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진상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복지부, 간호사 사망 계기로 제도 점검 필요
건보 수가 체계 정비해 의료 사각지대 없애야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 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적인 의료 분야에서 만성적 의사 부족 문제를 푸는 대안으로 건강보험 수가(酬價·의료 서비스 비용) 현실화 등이 거론된다.

병원 측은 “당시 광범위한 처치가 적절히 시행됐지만 이미 출혈 부위가 커진 상황이었다. 응급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니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을 부추기는 소모적 논쟁은 피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 실질적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인력 부족 해소와 의료 수가 현실화를 대안으로 주장한다.

고령화로 환자가 4년 새 55% 늘면서 지난해 국내에서 1만3226명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최근 뇌출혈로 갑자기 숨진 영화배우 강수연씨 사례처럼 뇌출혈·뇌경색 관련 수술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의사 수는 늘지 않고 있다.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 외과 의사는 거의 고갈 상태라고 현장에서 호소한다. 예컨대 서울아산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 3명이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해왔지만, 숨진 간호사에게 필요한 수술(클립 결찰술)이 가능했던 교수 2명은 해외연수와 휴가로 사건 당일 병원에 없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뇌혈관 수술 인력은 서울 ‘빅5’ 병원이 엇비슷하게 2~4명에 불과하다. 중소 병원과 지방 병원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비판한다. 어렵고 힘든 수술을 해도 보상이 턱없이 적으니 의사들이 이런 분야를 기피한다. 같은 뇌혈관 수술을 하는 미국 의사가 한국 의사의 몇 배 많은 처우를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의대생들이 신경외과를 지망하더라도 뇌혈관 수술 분야 대신 돈벌이가 되는 척추질환 전공으로 쏠린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현행 건보 수가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원만 늘리면 성형외과 등 돈 버는 인기 분야만 더 비대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문 케어’를 내세워 가벼운 두통을 앓아도 값비싼 MRI 촬영이 가능하도록 선심성 정책을 폈다. 이런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정작 생사를 다투는 의료 분야에는 재원이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아 의료 사각지대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보 재정에서 의료비로 책정된 총액이 한정된 상황에서 의료 분야 간 합리적 재원 재조정에 나서고, 국민의 새로운 의료 수요를 반영한 신규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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