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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배트걸을 죽였나"…'슈주'와 노래한 라틴계 팝스타 눈물

레슬리 그레이스가 지난해 6월 9일 영화 데뷔작 '인더하이츠' 시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말 공개될 예정이었던 영화 ‘배트걸’(Batgirl) 상영이 무산됐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2일(현지시간)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영화 ‘배트걸’ 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배트걸’은 극장에서는 물론 HBO 맥스 등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OTT)에서도 볼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도 3일 “누가 배트걸을 죽였나” 등의 제목으로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배트걸’은 DC코믹스의 캐릭터 바바라 고든 역할에 라틴계 가수 겸 배우 레슬리 그레이스(27)가 주연을 맡고, 아딜 엘 아르비 감독과 빌 팔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작비만 9000만 달러(약 1180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 촬영을 마무리하고 후반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아르비 감독은 SNS에 입장문을 내고 “배트걸 상영이 취소된 것에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며 “전 세계 팬들이 영화를 직접 보고 즐길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작비 1180억원, 촬영 끝났는데
지난해 6월 4일 로스앤젤레스 라틴 국제 영화 페스티벌에 참석한 레슬리 그레이스. AP=연합뉴스
‘배트걸’은 당초 워너미디어의 OTT인 HBO 맥스 단독 공개용이었지만, 디스커버리가 워너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워너브러더스 내부 관계자는 버라이어티에 “최근 교체된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이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봉할 경우 세금 등으로 제작비가 3000만~5000만 달러가 추가되는 데다 테스트 스크리닝 반응이 좋지 않아 재촬영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비용 절감을 위한 결단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배트걸은 캐스팅에서도 화제가 됐다. 주인공으로 발탁된 그레이스는 도미니카 출신 가수로, 지난해 개봉된 ‘인 더 하이츠 ’주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 데다 라틴계라는 점에서다. 한국에선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로시엔토’를 피처링한 가수로 유명하다. 워너브라더스는 “레슬리 그레이스는 매우 훌륭한 배우로, 이번 결정은 그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공개적으로 속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드러냈던 그레이스로서는 타격을 입게 됐다.



레슬리 그레이스는 한국에선 슈퍼주니어 '로 시엔토' 피처링에 참석해 인지도를 쌓았다. [중앙포토]
그레이스는 지난 4월 촬영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배트걸 2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세상을 흑백으로 편 가르기 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는 영화”라며 “촬영이 끝나면 ‘뭘 먹고 잘까, 아니면 그냥 침대에 쓰러질까’를 고민할 만큼 그렇게 지친 상태로 숙소에 돌아온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촬영 후기를 밝혔다. 또 (DC의 또다른 슈퍼히어로 영화) ‘더 플래시’에서 슈퍼걸을 맡은 사샤 칼레와도 연락했다면서 “우리는 DC의 ‘신세대’니까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트걸 연기해 영광”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영화 개봉 무산 소식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고, 이 기회를 통해 이 캐릭터를 연기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7개월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촬영하면서) 함께 고생한 우리의 스태프들의 사랑과 헌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환상이었다”며 “모든 배트걸 팬들의 사랑과 믿음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WP는 이에 대해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이후 DC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달라졌다. 회사의 새로운 정권은 DC 슈퍼 히어로가 충분한 자금으로 멀티플렉스 개봉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블록버스터급에만 출연하기를 원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트걸의 상영 취소는 그레이스와 관련된 논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녀의 슈퍼히어로 데뷔는 이제 미디어의 신·구 전략 사이에 치러진 전쟁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추인영(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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