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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집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고집(固執).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틴다는 의미다. 전국시대 조나라 때 병법서를 맹목적으로 익혀 임기응변을 발휘하지 못 하고 책에 나온 방식대로만 전쟁을 치르다 참패한 장수 조괄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살리려면 ‘독선(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나 ‘아집(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으로 바꿔 써도 된다.

긍정적인 느낌을 풍기고자 할 때도 ‘고집스럽다’는 표현을 쓴다. ‘뚝심(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과 비슷한 의미다. 좀 더 고상하게 접근한다면 ‘철학(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세계관·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쯤으로 포장할 수도 있겠다. ‘버틴다’는 느낌의 뼈대는 비슷할지 몰라도 긍정과 부정의 온도 차는 꽤 크다.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의 최근 행보는 ‘고집’이 갖는 의미 스펙트럼에 폭넓게 걸쳐있는 듯하다. 축구 팬들은 체력과 투지를 제1 덕목으로 치던 한국 축구의 통념을 깨고 ‘볼 점유율을 높이는 패스 위주의 전술(빌드업)’을 이식하려는 벤투 감독의 의지를 뚝심으로 받아들인다. “퍼포먼스가 뛰어나도 내 전술과 맞지 않는 선수는 과감히 배제한다”는 발언은 그만의 축구 철학으로 존중한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을 불과 3개월 여 앞두고 여론의 동향이 빠르게 변하는 분위기다. 상대 전술과 선수, 경기 상황 등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빌드업’만 강조하는 게 독선이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상을 당해도, 컨디션이 나빠도 특정 선수들만 선발하는 경향을 아집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지난달 27일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하고서 벤투 감독이 “일본이 90분 내내 한국보다 잘 뛰었고, 우리 선수들은 잦은 실수의 대가를 치렀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인 후엔 ‘책임감 결여’ 이미지가 더해졌다.

똑같은 고집이어도 경우에 따라 독선이 되기도 하고 뚝심이 되기도 하는 게 세상 이치다. 둘을 구별하는 기준은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읽는 눈,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듣는 귀다. 비단 벤투 감독만을 위한 충고는 아닐 듯싶다.



송지훈(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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