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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만행 말렸는데 실패…펠로시, 백악관이 기사 흘렸다 생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25년 만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연기를 조용히 설득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은 ‘펠로시 의장의 독자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반응과 달리, 실제로는 펠로시 의장이 개인의 정치 브랜드를 위해 대만행을 강행한다고 생각해 격분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19시간의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난 뒤 중국이 실사격 훈련을 시작하는 등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방문을 둘러싼 뒷이야기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백악관, 펠로시 방문 만류→실패→긴장 관리로 전환"
펠로시 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권리가 있다"는 공식 답변을 반복하면서 이번 순방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듯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와 국무부 당국자들을 펠로시 의장에게 보내 이번 방문이 가져올 수 있는 지정학적 위험을 브리핑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설득되지 않을 게 분명해 보이자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전환했다. 워싱턴과 베이징 간 소통 채널이 기능하는지 확인하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한다.

주미 중국대사관 관계자들과 회의도 열었다. 이즈음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관은 중국을 향해 ‘펠로시 의장이 만약 대만에 가더라도 긴장 고조를 위한 구실로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의장 일정을 행정부에서 알지 못한다'는 문구에서 톤을 바꿨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선례가 있다"며 이례적이지 않은 일을 구실로 대만 주변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땅을 밟은 뒤 중국 정부에 초치된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긴장 고조를 피하고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싶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과 하원의장실 참모들 신경전"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은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민감한 시점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개인적 업적을 쌓기 위해 이용한다는 생각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하원을 내주면 펠로시 의장은 의장직을 넘겨주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상황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원의장으로서 마지막 아시아 순방이 될 이번 기회에 펠로시 의장은 35년 의정 생활에서 일관되게 비판해 온 중국의 인권 침해와 권위주의를 지적하고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대만행을 선택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펠로시 의장 측도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이 가득했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언론에 흘려 계획이 취소되는 것을 노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은 지난달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특히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군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공개 반대하자 의장실과 백악관 간 소통은 더욱 어려워졌다.

백악관 NSC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의로 정보를 누설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존 커비 조정관은 지난 2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같은 질문이 나오자 이를 부인하며 “유감스러운(unfortunate)” 일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 측은 방문을 추진하면서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앤디 김 하원의원 등 동료 의원들에게도 출발 당일까지 전체 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방문단 전원이 미 공군 항공기에 탑승을 완료한 뒤에야 일정을 공유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다. 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나'라는 거듭된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그는 의장의 대만 방문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지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중국의 실사격 훈련 등 '보복'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 반대했다는 점을 부각해 대만해협 갈등 고조를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현영.김지선(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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