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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한반도 영향 점검해야

[연합시론] 대만 둘러싼 미·중 갈등, 한반도 영향 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아시아 순방 중 대만을 1박 2일 방문하면서 미·중 관계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인권 문제를 의식한 듯 인권박물관을 방문하고 중국 반체제 인사를 면담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회장을 만나 미국 내 반도체공장 증설 문제도 논의했다.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일 담화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등 강경 언사를 쏟아냈다. 중국은 전날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펠로시가 고의로 불장난을 도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중·미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불장난'은 지난달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썼던 표현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해 미·중 양국은 전투기를 출격시키거나 해역에 항공모함을 띄우는 등 팽팽한 군사적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중국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펠로시 의장이 탄 C-40C 수송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대만 쑹산 공항으로 향하면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태지역 요충지 대만해협은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군사적 대치가 재연되는 곳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수복 영토' 대만에 대한 주권은 중국이 갖고 있고 대만은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자신감이다. 미국은 1979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고 대만을 위협하는 무력에 저항할 역량을 유지하도록 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은 명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 한다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으로 다소 바뀌었다. '불장난'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한 중국의 반발과 무력 시위 속에 펠로시 의장이 미 군사력의 호위를 받아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은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의장 이후 25년 만이라고 한다. 더구나 펠로시 의장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홍콩 민주화 시위를 강력히 지지해온 미국의 대표적 대중 매파 정치인이다. 1991년 베이징 방문 때에는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애도한다'는 검은색 깃발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가 있고, 중국은 10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양측 모두 대만 문제, 인권 현안, 무역 분쟁 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미ㆍ중 갈등은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피력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식량 위기가 가중되는 때다. 한반도 비핵화 등의 현안을 풀어가는 데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수출 등 대중 무역 의존도도 높다. 한국과 일본, 대만을 잇는 미국의 반도체 동맹은 중국에는 위협적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한반도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고 미국이 한국, 일본과 동맹을 다지는 진영 대결이 펼쳐지면 우리의 외교적 공간은 좁아진다. 미·중 양국이 국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강 대 강 국면을 이어갈 것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불똥을 맞지 않도록 면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미·중 갈등이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됐을 때 안보, 무역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펠로시 의장이 3일 대만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향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기간이라 만남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펠로시 의장의 방한 기간 여야 정치인의 발언 또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만큼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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