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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 도착, 긴장의 미·중

조 바이든
2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6명의 하원의원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42분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해 밤 10시44분쯤(한국시간 밤 11시44분)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이 중국 방문에 이어 대만을 찾은 뒤 25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나고 입법원(의회)을 방문할 예정이다.

시진핑
펠로시 의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는 남중국해(4시간50분 소요) 대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상공을 거쳐 필리핀해를 통해 대만으로 향하면서 비행시간이 약 일곱 시간 소요됐다. 중국군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이런 항로를 잡은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을 앞두고 이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은 한껏 고조됐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2일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고, 대만 군용기들은 근처에서 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모함도 출격했다. 지난달 31일 항모 랴오닝함이 칭다오항에서 출항했고, 1일에는 산둥함이 싼야항을 나섰다고 대만 상보(上報)가 2일 보도했다. 중국 해사국은 기존에 통보한 보하이(渤海) 북부와 하이난(海南) 동부 해역(2일 0시부터 6일 24시) 외에 이날 산둥반도 북부 라이저우만 일대 해역 4곳에서 4일 0시부터 6일 24시까지 실탄사격을 진행한다며 선박 진입을 금지했다.

수출입 통관을 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이날 대만 기업의 식품 58종류 3200여 품목 가운데 65%인 2066개 품목에 ‘수입 잠정 중단’ 조치를 했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신의를 저버리고 멸시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신용을 더욱 파탄나게 할 뿐”이라며 “미국은 평화의 파괴자”라고 맹비난했다.

대만도 맞대응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대만 근처 군사활동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며 적의 위협에 대응해 적절히 군사력을 파견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 안보를 보장할 투지와 능력,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소식통을 인용, 대만군이 2일 오전 8시부터 4일 자정까지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 단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중 굴복 인상 꺼리고 … 시진핑, 대만 통일 강조해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자르 아지잔 하룬 하원의장을 만나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은 지난달 25~29일에도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韓光) 훈련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그간 미국 정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7월 하순만 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에 따르면 당장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한다”고 답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직접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 방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고, 예상보다 격렬한 중국의 반응에 백악관은 오히려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위협을 받지 않고 대만을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예상 가능한 무력시위를 열거한 후 “중국이 무력시위를 하더라도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해온 것처럼 서부 태평양 지역 상공과 바다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intimidated)”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이런 변화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동하며 동맹국을 규합하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 측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중국의 강한 반발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취소하면 미국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줘 공화당 등에 비판의 빌미를 주는 걸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미국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과정에서 위협 행동을 할 순 있어도 미국과의 직접 대결에 나서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만의 산업적 중요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의 핵심 플레이어다.

중국의 강경 대응 배경에는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해야 하는 시 주석의 정치적 고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주 장관급 당정 간부 세미나에서 지난 5년간 자신의 업적을 언급하며 “대만해협 평화”를 “홍콩 안정”보다 앞서 언급했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는 2일 시 주석이 미국의 간섭에 단호하게 맞서면서도 대만해협의 안정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 NYT도 “최근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이 자신의 통치에서 주요 목표임을 어느 전임자보다 분명히 했다”며 “특히 대만 문제에서 강인하다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는 등 지난 3월 양회 때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5.5% 안팎) 달성이 쉽지 않은 중국 지도부로선 국민에게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왜 필요한지를 경제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면 향후 중국 지도부는 반미를 기치로 국론을 집결할 소재로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현영.신경진(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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