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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핵심이익 앞세운 美 ‘핵사용 원칙’…북·러 향해 경고 날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제10차 NPT 평가회의 연설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 원칙과 관련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핵심 이익'을 언급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 협력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겠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이같은 원칙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극단적 상황’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선 부연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과 협력국의 핵심 이익 훼손을 핵무기 사용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메시지로 풀이된다. 확장억제는 핵우산 등으로 미국 이외의 국가를 노린 핵공격을 미국이 억제하는 전략을 뜻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이 가진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동맹국, 우방국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핵무기 보유는 ‘핵확산’과 무관한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또 “NPT 당사국이자 핵확산 금지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무기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PR서 '단일 목적' 원칙 폐기
지난 3월 미 국방부가 발표한 NPR 요약본. 미국은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극단적 여건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NPR 요약본 캡쳐]
블링컨 장관이 이날 밝힌 핵무기 사용 원칙은 지난 3월 미 국방부가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NPR에도 동맹국과 파트너국을 명시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극단적인 여건”을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재래식·생화학 무기 등을 제외하고 오직 핵 공격에 대한 대응 목적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원칙을 폐기한 것으로 평가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단일 목적 원칙을 폐기하고, ‘극단적 상황’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핵 사용 조건으로 설정한 것은 동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단일 목적 원칙은 자칫 미국의 핵 사용 범위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이는 미국의 핵우산 실행 의자가 약화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이 NPR을 발표한 시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는 등 핵 위협이 고조되던 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NPT 평가회의서 '핵 사용 원칙'을 언급한 것은 최근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러시아와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사진은 지난 3월 북한이 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평가회의서 북한에 대해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역내에서 지속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은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하고 7차 핵실험 동향을 보이는 등 핵·미사일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핵무기를 전쟁 억제 뿐 아니라 선제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고, 이에 따라 북한의 전술핵 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미국은 이날 평가회의에 앞서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발표한 별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계속된 진전이 우리 공동의 안보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는 점에 추가로 주목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러 '핵 위협' 고조에 공개 경고
결국 블링컨 장관이 이날 발언은 최근 핵 위협 수위를 높이는 러시아는 물론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하는 북한을 포괄하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동맹 및 파트너국의 '핵심 이익'을 강조하며 핵 사용 원칙을 언급한 것 자체가 러시아·북한의 핵 사용을 좌시하지 않고 맞대응하겠다는 엄포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재래식 무기와 핵을 확장 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연합뉴스]
실제 한·미 양국은 북핵 위협에 맞서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을 포함하는 데 합의했고, 오는 9월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미 국방장관회담 직후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을 지켜줄 것인지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EDSCG”라고 말했다.



정진우.박현영(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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