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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편백나무 집단고사 전말…사람의 발걸음이 죽였다

지난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전체 길이 4㎞에 달하는 삼림 산책로를 따라 20분가량 걷자 성지곡수원지가 나왔다. 그런데 이곳 ‘숲체험존’에 있던 편백 10여 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베어져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가을 체험활동을 위한 ‘숲체험존’이 조성돼 올해 상반기 100만 가까운 인파가 다녀간 산책로 부근이다. 한 등산객은 “최근 편백 잎이 마르고 나무줄기가 썩어들어가는 등 이상이 생겨 베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시 조사에서 오리나무좀 감염이 확인된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사진 부산시
편백 집단 고사, 원인은 사람 ‘발길’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6일 공립나무병원 관계자 등 전문가와 함께 이 일대 편백 현황을 조사했다. 어린이대공원은 부산 중심부에 자리해 올해 상반기에만 96만3000명이 다녀간 지역의 대표 도심 숲이다. 2017년 산림청 ‘아름다운 숲’으로도 지정됐다. 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면적 457만㎡에 달하는 어린이대공원 전역에는 편백 이외에도 소나무 졸참나무 은행나무 등 수목 500만그루가 자라고 있다. 공원 내 산책로 등 주요 시설 인근에 자리해 중점 관리 대상이 되는 나무는 50만 그루에 달한다. 편백나무 등 일부 나무는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다.

시는 ‘3개월 전부터 어린이대공원 편백이 말라 죽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민원에 따라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 조사에서 공원 내 일부 편백이 실제로 집단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사람 발길로 인해 고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사한 편백은 모두 숲체험존 인근에서 확인됐다. 숲체험존은 지난해 10월 아동과 청소년의 체험 활동을 위해 조성됐는데, 이용 편의를 위해 숲길 위로 야자수를 엮어 만든 50m 길이 깔개를 설치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시가 전문가를 대동해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부산시
부산시가 작성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매트 주변으로 무수한 답압(사람이 발로 밟는 압력)이 가해지며 일대 땅속에 있던 공간이 막혔다. ‘토양 공극’이라고 불리는 이 땅속 공간은 산소와 수분·영양분을 머금어 나무뿌리의 생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백은 토양 공극이 막혀 쇠약해진 상태에서 오리나무좀, 향나무하늘소 유충에 노출됐다. 이들은 부패를 일으키는 암브로시아균을 퍼뜨리고, 나무껍질 안쪽 형성층을 갉아먹으며 나무의 고사를 가속한다.

현장 조사에 동행한 차욱진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는 “발걸음이 늘며 토양 공극이 막혔고, 인근 편백 뿌리 발달을 막아 양분 부족 상태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세(나무의 건강)가 약해지면 오리나무좀이나 향나무하늘소 유충 공격에 취약해진다”며 “숲 이용은 편해졌지만, 숲의 건강을 해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의 밀집도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시 조사에서 확인된 부산어린이대공원 고사 편백. 사진 부산시
18그루 베어낸 시설공단 “휴식년제도 검토”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고사가 확인된 편백 18그루를 베어냈다. 추가 고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지나친 밀집도 해소를 위한 숲가꾸기 사업도 계획됐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추가 고사목을 빨리 발견해 대처하기 위해 예찰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 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나무 6000여 그루를 정리하는 숲가꾸기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며 “수세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특정 구간에 대한 휴식년제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부산시의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조사에서 확인된 향나무하늘소 유충. 사진 부산시



김민주(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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