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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68센트와 거스름돈

랄프스 마켓에서 물건값을 내려고 캐시어 앞에 섰다. 내 차례가 되어 카드와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았다. 캐시어는 젊은 아가씨였다. 물건을 스캔하자 총액이 12달러 68센트가 나왔다. 나는 20달러짜리 지폐를 건네줬고 캐시어는 계산대를 열었다. 그리고 동전 지갑에서 68센트를 찾아 잔돈 디스펜서에서 잔돈이 나오기 전에 그에게 주었다. 그러자 7달러 32센트를 주려고 5달러 지폐를 꺼내던 캐시어가 68센트를 받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물건값 총액이 12달러 68센트이고 내가 지불한 금액이 30달러 68센트이니 거스름돈 8달러를 주면 되는 간단한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일단 꺼내 든 5달러를 다시 계산기에 집어넣고, 휴대전화기에 있는 계산기를 사용해서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건네준 동전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얼굴이 빨개진 캐시어는 너무 복잡해서 거스름돈을 줄 수 없다고 하며 매니저를 불렀다. 뒤에 서 있던 80대는 된 듯한 백인 할아버지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한숨을 푹 쉬며, 레지스터가 오픈되어 있으니 손님에게 거스름돈 8달러를 주면 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매니저가 와서 상황을 판단하는 동안, 뒤에 서 있는 손님들에게 미안해진 나는 만약에 정확한 거스름돈을 줄 수 없으면 크레딧카드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익숙한 솜씨로 캐시 레지스터에 입력한 금액 전체를 보이드하고 다시 물건을 스캔했다. 그리고 나에게 사과하며 “입력한 금액이 있을 때 레지스터는 고객에게 반환할 정확한 거스름돈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고객이 준 금액이 바뀌면 레지스터는 정확한 거스름돈의 액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내가 건넨 20달러 68센트를 돌려줬고, 나는 결국 크레딧카드로 지불했다.  
 
그간의 정황을 지켜보던 할아버지 뒤에 서 있던 중년의 여인이 현금 8달러를 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시간을 끄냐고 되묻고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자기도 캐시어로 일한 적이 있는데 8달러를 돌려준다고 해도 캐시 레지스터의 잔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켓을 나오면서 나는 그 젊은 캐시어가 셈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아니 셈을 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학과 계산 능력이 부족한 것에 놀란 것이 아닐까. 정확한 잔돈을 주기 위해 계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산기에 무엇을 입력해야 하는 것. 20달러를 입력한 후 돌려줄 거스름돈 32센트를 레지스터가 알려준 후에 받은 68센트를 추가해야 1달러가 되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역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아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는지. 이것은 수학에 천재가 아니라도 알 텐데. 그동안 십수 년씩 손님들의 복잡한 거래를 쉽게 계산하시는 캐시어 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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