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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차 산업혁명위원회, 폐지가 대안인가

신윤식 정보환경연구원 이사장·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문재인 정부 시절 20여 개에 달하던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윤석열 정부가 5개 정도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폐지 대상에 포함될 거라는데 오히려 기능을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이다. 3차 산업혁명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융·복합된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경제와 문화는 물론 국민 인성과 생활 습관까지 사회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미래 패러다임이다. 윤 대통령이 리더로서 모든 정부 부처가 합심해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켜 세계 5대 AI 강국이 되는 길로 나가야 한다.
대통령직속위 축소 대상에 올라
초연결·초융합시대 적극 대비를
대통령 주도로 역할 더 강화해야

지난 정부 100대 공약 중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가 포함됐지만, 당시 대통령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실패했다. 위원장은 당연히 대통령이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관급 위원장에 민간인을 앉혀 사실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문기구로 전락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는 초라하고 참혹한 성적을 남겼다. 한국은 2016년 세계은행이 조사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수행 역량평가에서 말레이시아보다 뒤진 23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1년 정부 규제 및 노동 유연성 기반 기업경쟁력 평가에서도 조사 대상 64개국 중 49위에 그쳤다. 문 정부 5년간 정부 규제와 노동 유연성에서 혁신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는 아쉬움이 많았다. 대통령도 잘 아는 천편일률적 내용의 5대 핵심과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주무 부처로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통해 AI 세계 5대 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가 우정사업을 경영하는 나라다. 그런데도 공사화를 전제로 우정청을 설치하겠다는 건의가 없었다. 방만하게 운영해온 산하 진흥원·연구원·협회를 통폐합하는 자체 혁신방안도 빠졌다.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10년간 반도체 관련 인재 1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방안을 서둘러 내놓은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삼성·SK 같은 대기업은 정부가 걱정 안 해도 된다.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 반도체 업체가 문제다. 인력 양성 대책은 교육부 단독이 아니라 과기정통부 등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참가하는 각 부처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무적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

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 부처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많은 부처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파업이나 반도체 인력 대량 양성 방안에서 보듯 대통령이 호통쳐야 움직이거나 관계 장관 5~6명이 섣불리 결론 내는 방식은 옳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강력한 준(準)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법제화해 위상을 재정립하고 국가 주요 정책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고 총리급 2명의 부위원장은 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위원은 장관과 민간인을 임명하면 된다.

기존 일자리위원회를 흡수·통합해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관련 분과위원회·사무처·TF팀을 설치해 세계 6~7위 수준의 국가 위상 확보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선한 사람을 가려서 그를 따르고 선하지 못한 사람을 가려서는 나의 잘못을 고쳐라”라고 말했다. 한국은 정부 직제에도 없는 정보화를 추진해 3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도약했다. ADSL 방식의 초고속인터넷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정책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윤식 정보환경연구원 이사장·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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