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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대통령이 위기 극복의 ‘커맨딩 하이츠’가 돼라

최훈 편집인
이례적이다. 취임 100일(8월 17일)이 안된 새 대통령 지지도가 28%(한국갤럽 7월 26~28일)다. 되돌아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형 실책, 불법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이명박 정부 직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이나 문재인 정권 초기의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찬반 극명한 대형 이슈도 아직 없었다. 그런데 왜 이런 걸까.

“윤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정치 입문 8개월10일 만에 최고 권력에 올랐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허약한 ‘연성(軟性)’일 수밖에 없다. 6월 첫째 주 53% 지지가 그의 최고치일 거라는 이유다. 그 53%는 대선 과정의 “정권 교체 희구”의 53%와 일치한다. 대선 때 그의 득표율은 48.56%. 대선은 ‘개인 윤석열’보다 ‘정권 교체’를 택했거나 이재명이 하도 싫었던 게 맞다. 이들의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최대로 결집한 게 그 6월 초였다. 5월의 취임 이벤트 효과, 바이든 정상회담이 녹아든 숫자다.
취임 초 지지율 이례적인 28%
보수는 실력, 성과로 보여줘야
경제위기 극복의 사령탑 맡아
결연한 리더십 보여야 돌파구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로 반반 쪼개진 지금으론 이 53%를 넘기가 쉽지 않을 터다. 윤 대통령조차도 최근 “가치의 공유 없이 서로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걸 통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한계를 토로했다. 또 다른 난관은 갈수록 장벽 높아지는 각료 청문회다. 취임 초 지지 83%, 71%였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그냥 추억의 전설일 뿐이다. 신상과 파렴치 다 털리는 각료 청문회가 그 때는 없었다. 장관 청문회의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 7월. 이후의 대통령들은 노무현 12~28%, 이명박 20~52%, 박근혜 5~60%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명에 준한 탄핵과 반사적 기대로 취임 직후 84% 지지율로 청문회를 넘어갔다.

취임 이후의 용산은 그래서 겸허하게 ‘대통령 윤석열’의 이미지를 새로이 구축해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정신없이 정권교체해 놓고 보니 사람도 잘 뽑았네.” 그러나 숱한 가랑비에 흠뻑 젖고 말았다. 대통령 부정평가의 21%는 ‘인사’다. 2019년 윤석열 새 검찰총장 취임 후 말 많았던 특수부 측근 중심의 인사가 확대 데자뷰된 인상이다. 무탈한 관리에 특화된 기재부 관료, 명령-복종 수직 문화의 검사들만 부상하며 참신한 영감이나 울림을 남기지 못했다. “전 정권은 민변으로 도배했다”는 반박에 반응은 시큰둥하다. “맞는 얘기. 그런데 그리 하지 말라고 정권 교체한 것 아닌가.” 자녀 특례 편입학 의혹을 샀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명 철회를 43일 끌며 ‘공정’도 만신창이가 됐다.

김건희 여사? 그는 대선 현장을 뛰지 못했다. 정치는 시장통의 민초들과 부대껴야 성숙해진다. 한 표를 위해 얼마나 마음가짐과 말, 행보, 태도, 공과 사를 신경써야 하는지를 안다. 같은 장관이라도 선출직을 거친 이들이 훨씬 민주적이다. 이런 통과의례가 없던 김 여사에겐 “말이 나올 만한 것”에 대한 판단과 균형감각을 체득해야 할 ‘성숙의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용산의 활발하고 솔직한 소통도 의문이다. 이게 안 되면 국민과 대통령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대통령이 욱할까봐 무서워, 내 자리 보전하려고 눈치만 보면 그건 그냥 검찰청 아닌가. ‘문자 파동’이 상징한 윤핵관과 당 대표의 엉망진창 갈등 내분에서 드는 의문. 이 정권의 ‘정무’는 도대체 누가 맡고 있는가. 관료·검찰만 보인다. 여소야대, 당정을 조율해 갈 정무장관 신설 등 ‘윤활유’ 정무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이 모든 가랑비들, 태평성대 경제라면 피해갈 수 있었겠다. 보수는 원래 실력과 성과로 말해야 하니···. 주식, 집값 하락, 고물가·고금리로 자기 자산 줄어든 이들이 어찌 대통령을 흔쾌히 지지하겠는가. 취임 초의 불행이라 탓만 말고 이를 기회로 삼는 게 역발상이다. 수단은 단 한 가지.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는 명패를 앞에 놓은 대통령 자신이다. 용산에 야전침대 갖춰 놓고 워룸(war room)의 결기 보여 달라. 아니, 이런 각오 말이다.

관료인 경제부총리가 임금 인상 억제를 요구하면 ‘관치경제’다. 하지만 선출된 대통령이 불편한 진실을 공유하고, 고통 분담을 호소하면 그건 ‘국가의 결집 효과(Rally Around The Flag)’를 불러낸다. “외부 요인들이라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관료들 말만 들으면 해법은 없다. 1998년 1월 외환위기 당시 DJ 새 정부의 비상경제대책위 이헌재 단장은 직전 YS 정부의 경제부총리 집무실을 무단 점령(?)해 비대위 사령부를 차렸다. 그의 회고. “모두가 지켜보는 권력의 심장부에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 지휘 사령탑)를 차려 극복의 집중, 추진력을 높여야 했다.” 청와대 지하에 워룸을 차린 이명박 대통령은 2년 뒤 위기 극복에 20% 지지도가 49%로 반등했다.

대통령 스스로가 위기 극복의 커맨딩 하이츠여야 한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좋다. 하지만 결연하고 사심 없는 위기 극복의 리더십과 메시지로 국민, 야당의 합심을 호소해 가라. 스스로 나서라. 그게 가장 강력한 돌파구다. 그게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정치다.



최훈(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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