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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여성 첫 주연, 백인과 첫 키스신…오바마도 반한 그녀의 꿈

 오리지널 스타트렉 TV 시리즈에서 미국 TV 방송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으로는 주연을 맡은 니셸 니콜스. AP=연합뉴스

흑인 여성으론 역사상 처음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주연을 했던 니셸 니콜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숨졌다. 89세.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니콜스의 아들 카일 존슨은 “어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며 “그녀의 훌륭한 삶은 모두의 귀감”이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밝혔다.

고정관념 깬 파격 캐스팅
니콜스는 1966년 미국 NBC 방송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오리지널 '스타트렉' TV 시리즈에서 우주선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통신장교 이오타 우후라 중위 역으로 인기를 얻었다. 극 속 우후라 중위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전문가로, 흑인 여성은 가사도우미나 하녀 같은 단역만 맡았던 그 시대엔 파격 캐스팅이었다. 68년 11월 마지막 시즌에선 커크 선장 역을 맡은 백인 배우 윌리엄 섀트너와의 키스신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TV 역사상 최초의 흑인과 백인의 키스 장면이었다.


니콜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까지 진출했다. 그는 77년 NASA에서 우주비행훈련 후보자로 여성과 소수민족을 발탁했다. 미국 최초 여성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와 첫 흑인 우주비행사 기온 블루포드 등이 니콜스의 도움으로 NASA의 문턱을 넘었다. 나사는 2012년 니콜스가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니콜스는 TV 최초 흑인 주연 배우로 고정관념을 깨고 NASA 최초의 여성 고위직으로서 수천 명의 여성과 소수민족 우주비행사 후보자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배우가 된 댄서…오바마와 ‘불칸 경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셸 니콜라가 2012년 백악관에서 스타트렉 경례법인 ‘불칸 경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우후라닷컴 캡처]
니콜스는 32년 12월 2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도시 로빈스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자랐다. 화학자인 아버지는 로빈스 시장을 지냈다. 어릴 때 발레를 했고 목소리도 타고나서 4옥타브 넘는 고음을 구사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첫 정식 공연을 했다가 재즈 공연 기획자에게 발탁돼 오케스트라 투어 팀에 댄서로 합류했다. 1950년대 음악극장 무대에서 댄서로 활동하다가 63년 진 로든베리가 제작한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TV에 데뷔했다. 로든베리가 바로 '스타트렉' 제작자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인기리에 69년 시즌3까지 방영됐고 니콜스는 이후 10년 만에 제작된 극장판 ‘스타트렉: 더 모션 픽처’를 시작으로 1991년 5번째 속편까지 출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의 팬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백악관에서 니콜스를 만나 5살 때 팬이 됐다며 그와 ‘불칸 경례’를 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스타트렉'에 나오는 승무원들의 경례법으로 검지와 중지, 약지와 소지를 붙여 선서하듯 손을 올리는 동작이다.

첫 시즌 후 사표…마틴 루서 킹 만류에 복귀
스타트렉 시리즈 속 통신장교 이오타 우후라 중위 역을 맡은 니셸 니콜라. [우후라닷컴 캡처]
사실 니콜스는 배우에 뜻이 없었다. 연기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스타트렉'에 출연하면 브로드웨이 무대 복귀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스타트렉' 첫 시즌을 마친 후 로든베리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로든베리는 며칠만 더 생각해보라고 말렸다고 한다.

그의 진로를 바꾼 건 사표를 낸 직후 만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기금모금 행사에 게스트로 참석한 자리가 인연이 됐다. 킹 목사는 자신이 니콜스의 팬이라며 “우리는 당신을 너무나 존경한다”고 말했고, 니콜스가 곧 시리즈 하차 계획을 밝히자 킹 목사는 “그럴 순 없다“고 두 번이나 외쳤다고 한다. “인기 있는 방송에서 위엄과 권위 있는 인물 역할을 당신이 포기하기엔 민권 대의에 너무 중요하다”는 게 킹 목사가 설명한 이유였다.

사실 니콜스도 킹 목사가 말하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흑인은 '스타트렉' 이전까지 방송에서 전문가다운 직업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 적이 많지 않다. 니콜스의 연기로 흑인에 대한 이미지도 신장되었다는 게 당시의 평가였다. 니콜스는 훗날 인터뷰에서 "('스타트렉'을 통해) 처음으로 우리(흑인)가 (전문가 등) 새로운 역할로 TV에 나오게 된 건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킹 목사를 만난 후 이틀이 지난 월요일 아침 로든베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직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남을게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킹 목사의 말이 니콜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추인영(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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