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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Conde Latte의 추억이 있는 하루

덥다. 한국의 7월 초. 터질 듯한 장마 보따리는 저 산 너머 걸려있다는 데, 이 동네 해님은 “내 알 바 아니다”하시며 최강의 열사를 쏘아 댄다.  짧은 소매 티셔츠에 반 바지 차림으로 나섰지만 한 블록을 못 가서 속 옷까지 땀에 찬다.  
 
서울 방문 1일 차, 첫 행보는 광장시장 방문. 조계사 근처의 숙소에서 종로로, 종로 종각에서 2가, 3가, 4가로 가는 별로 멀지 않은 코스. 그렇게 생각하고 떠났는데 그게 아니다. 아침 10시밖에 안되었는데 서울의 장마 직전 후텁지근한 열기가 사람, 정확히 로스앤젤레스 사람 잡는다.  
 
15분쯤 가볍게 걸었는데 벌써 시원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막 가게 문을 여는 커피집으로 들어간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커피 전문점. 첫눈에 팍 들어오는 메뉴가 있다. 한글로 쓰인 메뉴, Conde Latte로 읽힌다.
 
“Conde Latte한 잔 주세요.” 콧소리까지 섞어서 근사하게 주문을 한다.
 
“꼰데 라떼요. 좀 달달합니다.” 종업원이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유리창 너머로 그가 ‘콘데 라떼’를 만드는 것이 보인다. 한국에서 커피 믹스라고 불리는 긴 봉지 커피 두 개를 유리컵에 탈탈 털어 넣고 우유를 붓는다. 그리고 급속 가열기에 넣어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며 슬쩍 휘저어준다.  
 
“아 꿈 깬다.” 장마 직전 서울의 습한 무더위 때문에 잠시 인지 부조화, 시각 장애에 걸렸던 내 마음의 눈이 총 맞은 유리창처럼 퍽 깨진다.  ‘Conde Latte’가 아니고 ‘꼰대 라떼’.  ‘까페 라떼 (cafe latte)’에 들어가는 진짜 커피 대신 한국의 어르신네들이 좋아하는 커피 믹스를 넣는 것이 ‘꼰대 라떼’라는 깨달음이 쨍하고 떠오른다.  
 
유리창 밖으로 탑골 공원이 보인다. 후줄근한 옷차림의 노년 시민들 (senior citizens)이 삼삼오오 손바닥만 한 그늘에 앉아있다. 그 뒤 골목길에는 2000원짜리 국밥집, 염색 5000원짜리 이발소가 있을 터.  
 
꼰대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 꼰데기 (=번데기)에서 나왔다고. 주름을 상상해보면 그럴듯하다. 일제강점기 때 이완용 등 매국노들이 일제의 작위를 받고 꽁떼 (Comte)라고 자랑질을 하는 짓을 비꼬는 말이었다는 설도 있다. 꽁떼는 불어로 백작이라는 뜻.  
 
꼰대(kkondae)는 2019년 9월 23일 영국 비비시 방송의 오늘의 단어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자기는 항상 옳고 남들은 언제나 틀렸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 (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 (and you are always wrong)).”
 
“나 때는 말이야” 꼰대는 이렇게 말을 시작한다나. 그래서 그 말을 멋지게 바꾼 패러디가 “라떼 (=나 때).” 영어 번역까지 나왔다. “latte is a horse.”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미 3년 전에 한국에서 유행하던 이야기라고. (그런데 이번에 처음 알았네) 그래서 ‘꼰대 라떼’라는 음료수가 버젓이 커피집에 메뉴로 등장했다고.    
 
달달한 꼰대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며 생각한다.  
 
“나는?” “나도?”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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