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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없이 ‘봄의 제전’ 연주…80명 단원 서로가 귀기울였다

지난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고잉홈프로젝트’의 창단 첫 음악제가 열렸다 . [사진 고잉홈프로젝트]
14개국 50개 오케스트라의 국내외 연주자가 주축이 된 올스타 오케스트라가 베일을 벗었다.

7월 30일 밤 서울 롯데콘서트홀. 80여 명의 단원으로 가득 찬 무대는 여느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다름없어 보였다. 자세히 보면 조금 달랐다. 서울시향, 라디오프랑스필, 스위스로망드 오케스트라 악장을 역임한 스베틀린 루세브를 비롯해 현악 주자들이 더 촘촘하게 앉아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목관·타악 주자들이 방사형으로 도열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사단법인 고잉홈프로젝트.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기획한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모체가 돼 지난해 말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창단했다. 이날은 창단 공연 ‘더고잉홈위크’의 첫날이었다.

평소 같으면 등장할 지휘자를 기다리는 시간에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이 곧바로 시작됐다. 미묘한 바순의 음색이 신호인 듯 목관악기들이 하나둘 움트듯 깨어나 현과 타악으로 격렬하게 번져가는 이 곡은 이제는 완연한 고전음악이지만 1913년 샹젤리제 극장에서 피에르 몽퇴 지휘로 초연될 때는 달랐다. 파리의 청중은 강렬한 리듬과 불협화음에 충격받았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며 고함을 지르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날의 ‘지휘자 없는 봄의 제전’도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야성적이고 원초적인 작품의 성격은 더욱 부각됐다. 지휘자에게 쏠리던 시선이 각 단원에게 향하면서 한 명 한 명의 동작이 더욱 명료하고 크게 들어왔다. 만에 하나 우려했던 통제 불능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수의 긴장이 서로를 제어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해외에는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귀하지 않은 편이다. 고잉홈프로젝트의 첫 공연은 전통과 혁신에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처음엔 늘 함께한 지휘자를 없앤 혁신으로 보이지만 작곡가 베르디 당대만 해도 지휘자 없이 오페라를 연주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고 하니 ‘전통적인 연주’의 재현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플루트 수석으로 참여한 조성현(연세대 교수, 전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수석)은 “오케스트라에서 단원 본인의 ‘귀’보다 지휘자를 바라보는 ‘눈’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모두가 완벽하게 귀 기울이는 앙상블로 교향악을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질문에서 탄생했다. 조성현은 “단원 대부분은 파트보가 아닌 지휘자 스코어(총보)를 보고 작품을 연구했다. 서로 귀를 열었더니 처음 들어보는 화성이나 색채감을 발견하곤 했다”고 전했다.

손열음(피아노)과 알렉상드르 바티(트럼펫)가 협연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이날 연주회의 백미였다. 손열음은 바티와 루세브를 뒤돌아보고 연주를 시작했다. 검객처럼 정확하게 찌르는 바티의 트럼펫 위로 손열음의 건반이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더고잉홈위크는 4일까지 엿새 동안 펼쳐진다. 4일 폐막 공연에선 영국 BBC 필하모닉의 전 수석지휘자 후안호 메나가 지휘봉을 잡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방불케 하는 브루크너의 중량급 걸작 교향곡 6번을 연주한다.



류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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