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50살 노장이지만 세계 최강…탄도미사일 잡는 '신의 방패' [이철재의 밀담]

아이기스(Αιγίς)는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주신인 제우스의 방패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 방패의 한가운데는 고르곤의 머리로 꾸며졌다. 고르곤은 머리카락이 뱀인 괴물이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아이기스를 들고 적을 향해 창을 찌르고 있다. 파울 트로게가 1739년 오스트리아 괴트바이크 수도원에 그린 천장화의 일부. 위키피디아

이 방패는 벼락을 맞아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한 번 흔들면 폭풍이 일어난다. 주로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가 들고 전쟁터에 나가 적을 무찔렀다. 일각에선 아이기스가 방패가 아니라 염소 가죽으로 만든 덧옷이란 설도 있다.


아이기스가 어떤 모양이건 간에, 난공불락이자 동시에 천하무적인 무장(武裝)을 상징하는 건 분명하다. 미국 해군이 통합 해상 전투체계에 아이기스의 영어명인 이지스(Aegis)를 붙인 까닭이다.

흔히 ‘이지스함’이라고 많이들 써 이지스를 전투함의 종류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또 이지스의 아이콘처럼 돼 버린 AN/SPY-1 레이더를 이지스라 여긴 이가 있다.


28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열렸다. 정조대왕함은 해군에서 이지스 체계를 탑재한 네번 째 구축함이다. 현대중공업

그러나 이지스는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은 물론 탄도미사일까지 탐지ㆍ요격하는 이지스 전투체계, 대잠수함 전투체계, 함대지 미사일 전투체계, 전자전 전투체계, 헬기 체계 등을 통합한 전투체계다. 28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진수식이 열린 해군의 구축함 정조대왕함은 최신형 이지스 체계로 무장했다.

50살 노장이지만, 아직도 세계 최강

이지스 체계는 1983년 처음 나왔다. 50년 가까운 역사의 전투체계다. 그러나 아직 세계 최강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넘볼 수 없을 정도다. 끊임 없이 업그레이드한 덕분이다.


이지스 순양함 타이콘데로가함(CG 47)의 전투통제실(CIC). 초창기 이지스 체계를 볼 수 있다. 미 해군

이지스 체계의 연원은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맞붙었던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은 항공모함으로 무장한 미국을 바다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수상함과 폭격기에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무더기로 쏴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을 가라앉히는 전술을 내놨다.


실제로 1967년 10월 21일 이스라엘의 구축함인 에일라트함은 이집트 미사일 고속정이 쏜 소련제 함대함 미사일인 스틱스(소련 제식명 P-15 테르밋) 4발을 맞고 침몰했다.

미 해군은 대함미사일을 멀리서 탐지하고 대공미사일로 떨굴 수 있는 방공체계가 필요했다. 이 방공체계는 위험 정도에 따라 표적의 요격 순위를 자동으로 정할 수 있어야 했다. 대함미사일이 워낙 빠르고, 소련이 수십 발을 일제 사격하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


이지스 체계를 개발하는데 기술적 난제가 많았다. 특히 빠르게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중요한데, 70년대 컴퓨터는 이지스 체계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83년이 돼서야 타이콘데로가함(CG 47)이 첫 이지스 체계를 탑재한 뒤 취역했다.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함(CG 60)의 전투통제실(CIC). 이지스 체계가 업그레이드됐다. 미 해군

이지스 체계 이전의 방공체계는 개별 함정을 간신히 방어하는 개함방공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지스 체계는 개별 함정뿐만 아니라 주변 함정을 모두 방어하는 함대방공이 가능했다. 이제 미 해군은 이지스 체계라는 든든한 방공 방패를 갖게 됐다.


800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가능

이지스 체계의 핵심인 방공체계는 크게 레이더와 함대공 미사일로 이뤄졌다. 레이더론 탐지레이더, 대공레이더, 화력관제레이더, 항해레이더, 대수상레이더가 있다. 이 중 탐지레이더는 AN/SPY-1 수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PESA)다.

이지스 체계의 핵심인 AN/SPY-1 탐지레이더. 함교의 사방에 하나씩 달렸기 때문에 360도 전방위를 감시할 수 있다. 위키미디어

레이더는 보통 안테나를 돌려 전파를 쏘면, 멀리 떨어진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받아 이를 탐지한다. 이런 레이더를 기계식 레이더라 한다.


그런데 위상배열 레이더는 전파를 전자적으로 조정해 원하는 방향으로 쏠 수 있다. 함교의 사방에 위상배열 레이더를 하나씩 배치하면 기계식 레이더처럼 돌아가지 않아도 360도 전방위를 감시할 수 있다.


최신형인 AN/SPY-1D는 탐지거리가 324㎞이며, 수면을 스치듯 낮게 날아오는 시스키밍 미사일은 83㎞ 밖에서부터 잡아낸다. 탄도미사일은 925㎞ 떨어져도 식별할 수 있다.

미 해군의 이지스 순양함인 타이콘데로가함(CG 47)의 Mk. 26 쌍발 미사일 발사대. 위키미디어

이지스 체계는 최대 800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며, 항공기 기준으로 최대 24개의 표적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이지스 체계의 함대공 미사일은 SM-2, SM-3, SM-6가 있다. SM은 스탠더드의 약자다. SM-3는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SM-6는 가장 최신형이다.


SM-2의 사거리는 최대 160㎞이며, SM-3는 700㎞(블록 ⅠA/B) 또는 2500㎞(블록 ⅡA)다. SM-6는 460㎞다.


이지스 체계의 전투함엔 처음엔 Mk. 26 쌍발 미사일 발사대를 달았다. 그런데 Mk. 26은 사각지대가 있으며, 연발속도가 느리다.

마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라분함(DDG 58)의 Mk. 41 수직미사일발사대(VLS). Sea Force

그래서 Mk. 41 수직발사대가 등장했다. 최대 126셀(cell)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셀은 미사일 탑재 공간인데, RIM-162 ESSM과 같은 작은 미사일은 1개의 셸에 4발이 들어간다.

전 세계 이지스함 82%가 미 해군에

첫 이지스함인 타이콘데로가함은 순양함이다. 순양함은 구축함보다 체급이 크다. 이지스 체계의 주축인 AN/SPY-1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미 해군은 순양함을 선택했다. AN/SPY-1는 이후 개량을 거쳐 91년 취역한 알레이 버크함(DDG 51)부터 구축함에 실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졌다.

미국 해군이 신형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에 달 AN/SPY-6 AMDR 레이더.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AESA)로 수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PESA)인 AN/SPY-1D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으며, 더 많은 표적을 탐지한다. 레이시온

그리고 알레이 버크급은 이지스 체계의 표준이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110여척(취역 기준)의 전투함에 이지스 체계가 탑재됐다.


이 중 미국이 90여척으로 제일 많다. 미 해군에서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22척을 제외한 68척이 모두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이다. 일본(8척), 스페인(5척), 노르웨이(4척), 한국(3척), 호주(3척)의 이지스 구축함은 알레이 버크급을 기준으로 해 설계했다.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대기권 밖을 날고 있는 SM-3 블록 IIA.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장면이다. 미 MDA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은 알레이 버크급과 덩치가 비슷하고, 스페인ㆍ노르웨이ㆍ호주는 알레이 버크급보다 작다.

미 해군이 선보일 최신형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은 탐지 레이더를 레이시온의 AN/SPY-6 AMDR(항공ㆍ미사일 방어 레이더)로 바꿀 예정이다. 이 레이더는 PESA인 AN/SPY-1D와 달리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AESA)다. AESA는 PESA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으며, 더 많은 표적을 탐지한다. 또 상대적으로 고장이 적고, 적의 전파방해에 강하다.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존 폴 존스함(DDG 53)에서 SM-6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다. 미 해군

차세대 이지스 체계의 탐지 레이더 경쟁에 탈락한 록히드 마틴의 AN/SPY-7 LRDR(장거리 식별 레이더)은 미국의 하와이에 조기 경보용으로 설치된다. 또 캐나다ㆍ스페인ㆍ일본의 차기 이지스 구축함에 탐지 레이더로 들어갈 예정이다.


더 매섭고 더 단단해진 정조대왕함

이지스 체계는 방공체계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공중ㆍ해상ㆍ수중 전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통합 전투 체계로 커갔다. 미국이 실전 사례와 기술 발전 추세를 계속 반영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운영체계(OS)인 MS 윈도(Window)에 버전이 있듯이, 이지스 체계도 베이스라인(Baseline)으로 구분한다. 처음에는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정도를 잡을 수 있던 이지스 체계는 탄도미사일까지 방어할 수 있게 됐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스톡데일함(DDG 106)이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의 선두에서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90척 순양함과 구축함 전부엔 이지스 체계가 탑재됐다. 미 해군

한국은 세종대왕함(DDG 991ㆍ2008년 취역), 율곡이이함(DDG 992ㆍ2010년 취역), 서애류성룡함(DDG 993ㆍ2012년 취역) 등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보유하고 있다. 28일엔 새로운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이 진수했다. 2028년까지 3조 9200원을 들여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더할 계획이다.


정조대왕급(8200t)은 세종대왕급(7600t)보다 몸집을 더 키웠다. 그리고 베이스라인도 다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체계의 베이스라인은 7.1이다. 정조대왕급은 9.2다.


베이스라인 7.1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BMD(탄도미사일 방어) 기능을 갖췄지만, 성능은 제한적이다. 또 탄도탄 요격 미사일이 없다. 이 때문에 세종대왕급을 두고 군 안팎에선 ‘반쪽 이지스함’”이란 지적이 줄곧 나왔다.


반면 정조대왕급은 9.2 덕분에 완전한 BMD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9.2는 IAMD(통합 대공ㆍ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다. 기존 이지스 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자신을 노려 날아오는 표적에 대한 요격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IAMD는 탄도미사일 대응과 방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또 정조대왕급은 SM-6로 무장한다. 앞으로 SM-3를 들여오는 방안도 해군이 검토 중이다. 반면, 세종대왕급은 SM-2로만 무장했다.


정조대왕급은 신형 함대지 탄도미사일로 북한의 지휘부나 도발 원점(탄도미사일 발사 지점)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항속거리와 작전 운용시간이 뛰어난 MH-60R 시호크 해상작전 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함대공 미사일을 일제 사격하고 있다. 최신형 이지스 체계엔 합동교전능력(CEC)을 갖춰 다른 체계로부터 실시간으로 표적정보를 받아 요격할 수 있다. 미 해군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이지스 체계는 역사에서 보듯이 꾸준하게 발전해왔다. 나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전투체계를 뛰어넘는다”며 “한국도 차기 구축함인 KDDX에 국산 전투체계를 탑재할 계획인데, 이지스 체계의 사례를 잘 참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재(seajay@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