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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횡령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2006년 4월 국내 금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흥은행 자금결제실에 근무하던 A대리가 41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전년 11월부터 5개월에 걸쳐 은행의 ‘기타 차입금’ 계정에서 30억~60억원씩 16번에 걸쳐 누나(2명)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차입금 상환 서류 위조, 허위 출금 전표 작성 같은 방법을 동원했다. 2022년 4월 국내 금융업계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B차장이 2012~2018년 세 번에 걸쳐 614억원을 횡령했다고 자수했다. B차장이 빼돌린 돈은 한국 정부가 이란에 돌려줘야 하는 공적인 자금이다.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하며 이란 다야니 가문에서 받은 계약금을 우리은행이 관리(공탁)했다. 계약이 파기되며 계약금 반환 소송이 진행됐고 반환 결정이 났다. 이후 송금을 위해 해당 계좌를 살피다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금융권에서 17년 만에 닮은꼴인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남짓 근무한 일반 직원이 여러 번에 걸쳐 수백억 원을 빼돌렸다.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감시 시스템을 자랑하던 은행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서야 이를 알아챘다.

횡령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보기엔 애꿎은 피해자가 너무 많다. 올해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2215억원), 계양전기(245억원) 등 4개 업체에서 횡령 혐의가 드러나며 소액주주 5만8000여 명이 투자한 1조3000억여 원 거래가 묶였다. 횡령으로 인한 주식 거래 정지는 2016년 8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3곳으로 늘었다.

특히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은행은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600억원이 넘는 횡령이 일어난 시기 우리은행 대주주는 정부였다. 외환위기(IMF) 당시 공적자금 3조여원을 투입해 국영화해서다. 국민 세금으로 심폐소생을 하고 있을 때 내부에선 대형 횡령이 일어났다.

내부통제도, 외부감사도 허울이었다. 내부감사위원회, 내부통제관리위원회는 10년간 거액의 횡령을 눈치채지 못했다.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등의 감사 결과는 ‘적정의견’이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말 종합검사를 벌였지만,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B차장은 횡령금을 “다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횡령금은 고스란히 대손충당금이 되고 손해는 소액주주 등의 몫이다. 이미 너무 자주, 많은 소를 잃었다. 이번엔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자.



최현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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