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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셀프치료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셀프서비스(Self-service)는 낯선 용어였다. 음식점 벽에 붙은 ‘셀프’ 문구를 보고 “새 메뉴인가 봐”라며 쑥덕거렸고 종업원에게 “어디 손님한테 물을 떠다 먹으라고!”라며 소리치는 어르신도 종종 마주쳤다.

셀프서비스는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해결하는 판매 방법을 말한다. 주유소에서 스스로 자동차에 주유하고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직접 가져다 먹는 식이다.

셀프서비스의 역사는 기원전 215년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전에 있는 성수(聖水)대가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성수가 흘러나오는 구조였다. 고객 스스로 계산을 하고 제품을 찾은 셈이다. 셀프서비스의 보편화 이유는 공감대 형성이다. 주인은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제품을 싸게 제공하고 고객은 ‘그림자 노동’을 하는 대신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이용한다.

코로나19 발생 3년 만에 ‘셀프치료’ 시대를 맞았다. 지난 7일간 6세 아이와 함께 자가격리를 하며 겪은 K방역은 엄혹했다. 아이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확진을 위해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아야 했다. 고열로 축 처진 아이를 업고 보건소 앞 대로변에서 3시간을 기다려 PCR을 했다.

39.6도의 고열에 시달리며 토하는 ‘일반관리군’인 아이는 아직 어려 어느 부위가 얼마나 아픈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평소 자주 다니던 이비인후과에 연락하니 ‘지정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라고 했다. 보건소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집 근처 응급실에선 진료를 하려면 6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약국에서 산 해열제를 먹이는 것뿐이었다. 지정 병원 목록 등 문자를 받은 것은 확진 통보 이틀 후였다.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하듯 ‘방역패스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지금도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을 오가고 70만 명 이상이 셀프치료 중이다. 국민도 방역패스가 힘을 잃었고 현재 의료체계로 확진자를 모두 감당하기는 포화라는 걸 안다. 셀프치료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문제는 시행 방식이다. 현재로는 ‘셀프치료=방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역패스를 폐지하면 셀프치료자 수는 더 늘 수밖에 없다. 탄탄한 대비가 필요하다. 셀프치료가 ‘셀프생존’이 되어선 안 된다.



최현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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