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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이민자 원죄의식을 버리자

“미국에 와서 이렇게 살게 해줬으면 조용히 말 잘 듣고 열심히 살기나 해야지 어디서 감히 데모질이냐!”  
 
1990년대 초 민권센터가 이민자 권익 운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한인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물론 세월이 많이 바뀌어 이제는 그런 말을 듣는 경우가 드물다. 열심히 응원해주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도 가끔은 가슴이 꽉 막히는 말을 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최근 민권센터가 ‘7년 이상 미국 거주 서류미비자 합법화’ 법 제정을 추진하는 활동을 펼치는 기사가 인터넷으로 나가자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너도나도 불쌍한 척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권과 존엄성이라는 억지 감성으로 늘 법을 무시해 왔었다. 그러니 지금도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국경이고 어디고 닥치는 대로 몰려드는데 법적으로 조금만 틈을 한번 보여봐라. 아마 남의 집 안방까지 차고 들어와 내 집이라고 할 것이다.”  
 
“스패니시 잘살고 있는 모습이 참 배가 너무 아프던데요? 불법체류자이면서 비즈니스 할 거 다 하던데. 불법은 말 그대로 조용히 살아야지 이러면 안 돼요.”  
 
최근 민권센터가 뉴욕시 영주권자와 합법 취업자의 선거권을 위해 법정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있다. 시민권자만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서 이민사회에 안고 있는 뿌리 깊은 ‘원죄의식’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민자인데 조용히 말 잘 듣고 살아야 한다는 노예근성에 가까운 생각이다.  
 
국제사회의 불평등한 구조 속에 전 세계적으로 집단 이주 현상이 나타나는 현실까지 따지지 않아도, 서류미비자 합법화와 뉴욕시 영주권자 투표권은 정당하고 정의로운 요구다. 특히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서류미비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은 미국사회를 위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이민자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도시를 살렸다. 필수 업종 노동자 절반이 이민자였다. 그리고 5명 가운데 1명은 서류미비자가 대다수인 비시민권자였다. 그로서리와 약국 노동자의 53%(비시민권자 27%), 보건 노동자의 53%(비시민권자 16%), 건설 청소 노동자의 70%(비시민권자 36%)가 이민자였다.  
 
20여 년 전부터 서류미비자가 없어지면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는 하루 만에 마비된다고 했다. 이제는 반나절이면 망한다.  
 
이미 서류미비자는 미국 경제에 녹아들어 있다. 일할 사람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합법 신분을 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류미비자들은 해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117억4000만 달러의 세금을 낸다. 사회보장국은 체류 신분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류미비자들의 납세 덕분에 해마다 120억 달러 가까이 이득을 본다. 2015년에만 서류미비자 440만 명이 납세자 번호로 세금 236억 달러를 냈다. 합법 취업자인 서류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신분 청년들은 2018년 주세와 지방세 17억 달러를 냈다. 일하고, 세금도 내라고 하면서 합법 신분 취득은 허용하지 않는 현 상태가 어이없다.  
 
그리고 선거권은 정하기 나름이다. 시의회와 시장이 선거권을 넓혔는데 법원이 가로막으면 도대체 입법부와 행정부는 무슨 소용이 있나? 법도 판사가 만들겠다는 것인가?  
 
이민자 원죄의식을 버리고 당당하게 살자. 우리가 미국 땅의 주인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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