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빛의 '달동네'... 화가 정영주 "집 하나하나가 생명체"
![가족의 온기와 정감이 담긴 정영주 그림들. ‘여름저녁 1128’, 2021, 41x53㎝. [사진 학고재]](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8/01/1e73e46d-9511-481f-a400-f90d4ee585db.jpg)
지난 15년 가까이 달동네 풍경을 그려온 정 작가의 개인전 ‘어나더 월드(An other World)’가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7일 개막했다. 2016년 이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신작 28점을 모았다. 세로 2m에 달하는 대작부터 소품까지 단 한 점도 빠짐없이 달동네 풍경이다.
그의 달동네는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워 보인다. 언뜻 보면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산동네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무한대의 별을 품은 우주에 가깝다. 그의 그림은 2020년 방탄소년단 리더 RM(김남준)이 소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모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인기를 방증하듯 이번 전시 작품 중 가장 큰 그림인 ‘어나더 월드’(194x259㎝) 한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전시 개막 전에 판매됐다.
![“처음엔 초라한 나를 닮은 것 같아 그리기 시작했지만, 온기 가득한 풍경을 그리며 내가 치유됐다”고 말하는 정영주 작가. [사진 학고재]](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8/01/03e45aac-1a4f-4193-8e49-67d020a46eb4.jpg)
그는 캔버스에 스케치한 뒤 지붕과 벽 모양으로 한지를 구겨 찢어 붙이고, 모양을 잡아가며 집을 하나씩 완성한 다음 말려서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다. 종이를 굳이 구겨서 쓰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 노화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눈내린 저녁 203’, 72.7x91㎝. 두 작품 모두 캔버스에 판잣집 형상의 종이를 붙인 뒤 아크릴로 채색했다. [사진 학고재]](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8/01/8140811e-54bf-40ff-a37d-705b8ad17ada.jpg)
그의 그림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끝도 한도 없이 지평선 너머, 화면 밖으로 퍼져가는 동네와 그 불빛이다. “끝이 있다는 게 싫다”는 그는 “제가 생각하는 세상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먼 곳의 집과 불빛까지 그려 넣는다”고 했다. 남루한 판잣집을 정성 들여 그리고 캔버스에 밝고 따스한 불빛을 채워가는 과정은 작가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시간이 됐다. 그는 “갈수록 불빛이 밖으로 나오고, 더 넓게 비추고 있다”며 웃었다.
그의 달동네 그림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는 “매번 새 캔버스를 대할 때마다 대표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그린다”며 “아직 멀었다. 제 그림이 언젠가 추상화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달동네로 더 시도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은주(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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