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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문 케어 지우는 윤 정부, 20억원 약도 쓸 데는 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아기가 너무 안 좋아서 사망할지 모른다는 고민까지 했습니다. 이제 아이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앉을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35세 아빠는 20억원짜리 졸겐스마가 다음달 1일부터 24개월 이하 아이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2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아이는 생후 20개월 된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이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콧줄로 영양 공급을 받으며 집에 누워 있다. 이 병은 근육이 점점 약해져 두 돌 안에 90%가 사망에 이르는 유전질환이다. 그는 “병 진단 직후 멘털이 나갔다(정신이 없었다는 뜻)”고 말한다. 지난해 졸겐스마라는 원샷 치료제를 알게 됐지만 상상할 수 없는 가격 앞에서 좌절했다.
최고가 졸겐스마 건보적용 결정
척수성 근위축증 아이들에 효과
새 정부 철학은 ‘취약계층 먼저’
부모들 “빨리 맞고 호흡기 뗐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공공부문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약자·취약계층 등 꼭 필요한 곳에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는 올 2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주최 ‘중증·희귀질환 가족 동행’ 간담회에서 “(졸겐스마) 논의가 길어질수록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읍소했다. 이준석 대표도 참석해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의 아빠는 “당시 윤석열 후보가 희귀질환 부담 경감 공약을 내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위원회가 건보 적용 대상으로 결정하면서 1차 문턱을 넘었다. 적용 대상 연령이 생후 12개월로 제한될까 봐 내내 불안했다. 그는 “너무너무 감사하다. 하루빨리 맞았으면”이라고 말했다.

골든타임 놓칠까 마음 졸인 부모

졸겐스마의 건보 가격은 19억8172만6933원이다. 진료비 부담 상한제를 적용받아 최소 83만, 최대 598만원만 내면 된다. 졸겐스마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가 약이다. 이런 약을 한국 건강보험이 보장하게 됐다. 가수 백지영이 “같이 숨 쉬자”고 호소한 것도 큰 힘이 됐다. 한국SMA환우회 문종민 회장은 지난 5월 심평원 통과 직후 “소식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2001년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한 달 약값이 300만원으로 책정됐을 때 고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졸겐스마는 글리벡의 667배인데도 큰 논란이 없다. 한국 의료복지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졸겐스마는 매년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 7명이 맞게 된다. 다만 이번은 처음이라서 13~24개월 아이 7명에게도 기회를 준다. 졸겐스마를 맞으면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고, 앉을 수도, 일부는 설 수도 있다고 한다. 젊은 부모들에겐 기적 같은 일임이 틀림없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는 “차 사고가 났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큰 사고에는 보험을 안 해주면 말이 안 된다. 질병 수준이 낮은 경우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보다 (졸겐스마 같은 게) 사회보험 원리에 맞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각에서는 졸겐스마 건보 적용을 ‘취약계층 집중 지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복지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전 정부의 포괄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즉 일명 문재인 케어와 차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 케어는 31조원을 투자해 건보 보장률을 62.7%에서 70%로 올리려는 정책을 말한다.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초음파 등의 검사, 상급병실료(1~2인실) 건보 확대, 선택진료비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25일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물었다.


Q : 졸겐스마 건보 적용이 어떤 의미인가.
A : “약효가 기존 약보다 낫다고 한다. 대상자가 14명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윤 대통령 생각은 ‘진짜 어려운 쪽에는 빨리빨리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그 일환이다.”


Q : 이런 게 ‘윤석열 복지’냐.
A : “그렇다. 가장 어려운 쪽을 확실하게 챙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Q : 지난 정부와 다른가.
A : “전 정부는 전방위로 돈을 쓰고 표가 되는 걸 했다. 우리가 바보라서 표 계산을 못 하는 게 아니다. 철학이 다르다. 재정이 빠듯하지만 정말 어려운 쪽은 꼭, 먼저 지원한다. SMA 부모, 정말 힘든 사람들이다.”


Q : ‘집중 복지’가 뭔가.
A : “누더기 복지에서 조각보 복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이다. 지난 정부는 취약계층을 잘 안 챙기면서 다른 데는 현금복지를 펑펑 썼다. 우리는 반대로 간다. 이게 정상화다.”

“전방위로 돈 쓴 문 정부와 다르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문재인 케어는 ‘무조건 비급여(비건보)를 줄인다’는 관념적(이념적) 목표를 앞세웠지만, 건보 보장률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하고 비용 지출만 늘렸다”고 지적한다. 권 교수는 “졸겐스마 같은 약을 빨리 건보 적용해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는 게 맞다. 윤석열 정부 정책의 타깃이 분명하고 실질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재진 교수는 “문 케어는 MRI·상급병상 건보 확대 등 비(非)필수 항목의 부담이 크다고 건보를 확대했는데, 그건 보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가격이 비싸고 대상자가 몇 명 안 돼도 필수적인 건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건보 재정 걱정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졸겐스마와 비슷한 고가의 약들이 (건보를 해달라고) 줄 서 있다. 50억원짜리 약도 있다”며 “어디까지 건보 적용할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줄줄이 물꼬가 트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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