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예술] 음악으로 완성된 파우스트

제1부 ‘학자 비극’과 ‘그레첸 비극’에서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사랑과 좌절이 중심을 이룬다면, 60세를 앞둔 괴테가 쓴 제2부 ‘헬레나의 비극’ ‘행위자 비극’에서는 인간과 신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룬다. 눈이 먼 파우스트가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면서 악마와의 계약에서 패배하지만, ‘영원하고도 여성적인 것’을 통해 구원을 받는 마지막 장면은 특히 긴 여운을 남겨 주었다.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콘서트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각각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로 나온 테너 박승주(왼쪽)와 바리톤 고경일. [사진 강태욱]](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2/07/27/9a5cc1c3-2819-496f-ae40-1ea01d5dc97f.jpg)
최근 공연된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프랑스어로 번역된 『파우스트』에 심취한 구노가 작곡한 이 오페라는 총 5막으로 구성됐고, 연주 시간은 무려 3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특히 『파우스트』 제1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그레첸의 프랑스 이름)의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 있기에, 원작의 무게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페라에 맞게 각색된 대본과 구노의 음악성이 합쳐져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오페라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지난달 26일 공연된 ‘O’Play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난 22일 공연된 ‘콘서트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흥미롭게 변주된 모습으로 한국의 청중과 만났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O’Play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는 오페라·연극·무용·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공연 형식을 선보였다. 아리아는 프랑스어로 노래했지만, 대화는 한국어로 진행했다. 두 대의 엘렉톤과 현악5중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모던한 연출, 영상 디자인 등이 합쳐진 무대였다. 음악학자 이혜진은 괴테가 인간 삶에 던진 보편적 메시지를 “프랑스 정서가 아닌 우리나라의 정서로 바꾸어 관객들이 잘 이해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극음악으로 전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메이지 프로덕션의 ‘콘서트 오페라 파우스트’는 미디어 아트와 조명을 십분 활용한 현대적인 연출 감각을 보여주었다. 아리아 위주로 진행되는 2시간 분량의 축약된 버전이었지만, 괴테에서 구노로 이어진 ‘파우스트’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파우스트(테너 박승주)와 메피스토펠레(베이스 고경일), 그리고 마르그리트(소프라노 장혜지)는 구노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을 명료하고 진정성 있게 구현했다.
특히 원작보다 오페라에서 비중이 높아진 씨에벨을 카운터테너 정시만이 맡아 애절한 음색으로 노래해 청중을 사로잡았다. 악마 메피스토펠레가 황금을 숭상하는 인간을 비판하며 부르는 ‘금송아지의 노래’, 마르그리트를 향한 파우스트의 마음을 애절하게 담은 ‘정결한 집’, 파우스트가 선물로 두고 간 보석으로 치장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심취하며 부르는 마르그리트의 ‘보석의 노래’ 등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는 지휘자 이든이 이끈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사운드와 함께 정통 오페라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을 창출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위대한 문학 작품에는 가슴 설레는 사랑, 삶의 좌절, 더 높은 삶을 향한 인간의 치열함 등이 언어로 구현됐기에, 작곡가들은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괴테가 “원래 시는 마침내 작곡을 통하여 완전하게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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