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1000억짜리 대결’…한국 대작 4편 맞붙는다
여름 대목 극장가에 한국 대작 영화 4편이 출격한다. 첫 스타트는 20일 개봉한 ‘외계+인’이 끊었다.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량’(2014)에 이어 이순신 장군 시리즈 2편인 ‘한산: 용의 출현’(27일 개봉),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충무로 톱 배우들이 뭉친 항공재난 영화 ‘비상선언’(8월 3일 개봉),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 ‘헌트’(8월 10일 개봉)까지 이들 작품의 순제작비 총합은 무려 1000억원이 넘는다.지난 21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영화관 관객수는 4494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 2019년 상반기 극장 매출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지만 회복세가 뚜렷하다. 마동석의 범죄 액션 ‘범죄도시 2’가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가운데, 훈풍을 타고 또 다른 천만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작품별 관전 포인트를 개봉 순서로 정리했다.


2022년 현대에선 김우빈이 외계인 죄수들을 인간의 몸에 가두고 감시하는 외계 로봇 1인 2역을 맡아 낯익은 서울 도심을 누빈다. 고려 시대로 가면 김태리가 ‘천둥을 쏘는 처자’, 류준열은 장풍을 쏘는 얼치기 도사로 활약한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이 자동차·우주선으로 변신하고 촉수 달린 외계인이 권총 든 고려 사람과 싸운다. 여태껏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만화 같은 상상. 마블 히어로 액션에 한국 사극을 섞은 듯도 하다. “신박하다” “이것저것 짬뽕” 등 관객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다. 염정아가 분한 고려 신선의 손이, 무엇이든 엄청나게 확대하는 신묘한 청동 거울을 통과해 부처님 손바닥만큼 커지는 장면은 압권. 이런 장면을 웃으며 즐길 수 있다면 신나게 빠져들 만한 영화다. 단, 복잡한 세계관이나 등장인물이 많은 게 질색이라면 안 맞을 수 있다.
상영시간 142분 중 방대한 설정의 설명이 마무리되는 후반부부터 클라이맥스가 펼쳐진다. 2부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신파 덜고 정교해진 해전 ‘한산: 용의 출현’

올해 430주년을 맞는 한산대첩은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 전라우수사 이억기(공명), 경상우수사 원균(손현주)의 조선 수군 배 56척이 왜선 73척과 싸워 47척을 격파했던 임진왜란 최초의 압승 전투다. 왜군에 수도 한양을 빼앗기고 궁지에 몰린 조선이 전쟁의 판세를 뒤집은 대승의 쾌감을 “현대적 전투를 보는 느낌”으로 한층 정교하게 되살렸다. 특히 학이 날개를 펼치듯 배의 대열을 갖춰, 왜적을 포위해 섬멸하는 학익진 연출이 볼거리다. 거북선은 많지 않은 사료를 토대로 “실제 전투에 적합한 모델”로 구현했다.
캐스팅이 달라진 배역들을 ‘명량’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 젊은 이순신은 김한민 감독과 ‘극락도 살인사건’(2007), ‘최종병기 활’(2011)을 함께한 박해일이 맡았다. 박해일은 “‘명량’의 최민식이 이순신을 화염방사기처럼 연기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섬세한 전략가”라고 했다. 변요한이 연기한 왜군 장수 와키자카는 ‘명량’에선 조진웅이 연기했다. 묵직한 역사극 취향이라면 추천. ‘명량’을 안 봤어도 성웅 이순신의 해전 액션 영화로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다큐 같은 항공 재난물 ‘비상선언’

“최대한 관객에게 사실적인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리얼하게 구현된 액션 장면들이 주요 볼거리다. 고공 낙하, 무중력, 360도 회전 시퀀스까지 보고 나면 마치 이 항공 재난을 함께 겪고 있는 듯한 몰입감이 든다. 사실적인 액션신을 위해 제작진은 해외에서 공수한 실제 비행기 본체와 부품을 바탕으로 세트를 지었고, 이를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헬드 촬영으로 담아내 시각적 역동성을 부여했다. 6개월 간의 콘티 작업을 포함해 프리 프로덕션 기간만 1년이 걸렸다.
화려한 캐스팅인 만큼 연기는 안정적이다. 이병헌과 송강호가 제 몫의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연기 변신을 시도한 임시완이 극 중반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부여하는 역할을 해낸다. 항공 액션물을 즐긴다면 무난히 만족할 만하다. 다만 한국영화 특유의 후반부 감정 과잉이 싫거나 개연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불호일 수 있다.
이정재·정우성 첩보 액션 ‘헌트’

이념 갈등이 첨예했던 1980년대 안기부 해외팀·국내팀 두 요원이 조직 내 숨어든 북한 간첩 색출 작전을 펼치다가, 대통령 암살 위기에 맞닥뜨린다. 자칫하면 혐의를 뒤집어쓸 상황 속에 의심과 날선 대립의 시대상이 고강도 액션과 어우러진다. 초반부터 수류탄·총격전·인질극 등 물량 공세 속에 안기부 요원 이정재·정우성의 육탄전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들이 한 몸처럼 뒤엉켜 계단을 나뒹굴고, 취조실에서 마주한 매 장면이 하나의 주제로 귀결된다. 이 작품의 제작, 연출을 맡고 각본까지 직접 쓴 이정재는 “이념 갈등 때문에 국민들이 수없이 대립·갈등하고 있는데, 이제 그만 갈등을 접고 같이 바꿔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칸 현지에서 밝혔다.
이런 주제가 강조되는 후반부 연출은 다소 감정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신세계’(2013),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등 이정재의 출연작 속 액션 스타일도 묻어 난다. 황정민·주지훈·김남길 등 화려한 카메오 출연도 볼거리다.
나원정.남수현(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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