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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희숙·곽상도 ‘수취인 불명’에…‘장애 비하’ 2심 각하위기

장애인들이 전·현직 국회의원의 장애 비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낸 소송이 항소심에서 각하될 위기에 놓였다. 피고로 이름을 올린 7명의 의원 중 3명이 국회를 떠나면서 항소장이 송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이 이들의 주소와 인적사항 등을 알려 달라며 국회사무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국회사무처는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들에게 장애 비하 발언을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지체 장애, 시청각 장애, 정신 장애인 5명은 전·현직 국회의원 6명(곽상도·이광재·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을 상대로 각각 100만원씩 위자료를 청구하는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냈다. 의원들이 정쟁을 벌이며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절름발이’ ‘집단적 조현병’ 등의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쓴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며 법원에 차별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및 시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에 대해선 해당 의원들을 징계하고 윤리규범을 만들라는 취지의 적극적인 시정 조치에 나서달라는 청구도 함께 냈다.

지난 4월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 및 기각했다. "해당 표현으로 장애인들이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점 ▶표현 경위와 맥락 등을 고려하면 장애인 개개인을 상대로 한 모욕으로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원고인 장애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민사8-3부(강성훈·권순미·김봉원 부장판사)에 배당됐지만, 본격적인 심리는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윤희숙·곽상도·김은혜 의원이 차례로 의원직을 사직하면서 의원실로 보낸 원고들의 항소장이 송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면, 민사소송법상 항소장이 각하될 수 있다.

지난 6월 항소장이 송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법원의 보정 명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제공]

이에 원고들은 재판부에 국회사무처로 사실조회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의원에게 항소장을 보낼 수 있도록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6월 사실조회서를 보냈지만, 국회사무처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에 따르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 협조가 어렵다"라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원고 측은 "국회사무처가 언급한 법 조항에서도 '법령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민사소송법에 따라 정보를 보내달라고 했으니, 국회사무처가 정보공개법을 들며 비공개할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소송 상대방의 휴대전화번호나 계좌번호를 안다면 은행이나 통신사에 사실조회서를 보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현재 주소를 알아낼 수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이러한 정보도 없는 상태다. 의원들 휴대전화가 본인 명의로 개통돼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소송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안다면 법원이 보낸 보정명령서를 갖고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는 방법도 있지만, 의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고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는 "현재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사무처밖에 없다"면서 "국회사무처가 전직 국회의원을 비합리적으로 감싸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고 측은 송달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다퉈보겠다는 계획이다. "의원들의 발언이 장애인 집단 중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애인들에게 모욕감을 줄 뿐 아니라 사회의 편견을 강화하므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또 "혐오 표현은 인격권을 넘어 '함께 공존할 권리'라는 중대한 공익까지 침해한다""만약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대상이라 해도, 여기에 책임을 물음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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