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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중 9명 반대에도…WHO, 왜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포했나

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역대 7번째 선포로, 현재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비상사태가 유지되고 있다. 비상사태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WHO가 원숭이두창을 국제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한 공중 보건 위험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23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원숭이두창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①왜 발령됐나
WHO는 이날 성명에서 "원숭이두창은 새로운 전염 방식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어 국제 보건규정(IHR)의 비상사태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이 지금까지 75개국에서 1만6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전했다. 원숭이두창은 원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으나, 지난 5월 6일 영국에서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여러 나라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05년 제정된 IHR에 따르면 비상사태는 세 가지 기준 ▶심각하거나 갑작스럽거나 예상치 못한 경우 ▶국제적인 확산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즉각적인 국제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충족해야 한다. IHR은 WHO의 196개 회원국이 참여한 보건 부문 국제법이다.

긴급회의를 통해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WHO는 지난달 23일에 이어 지난 21일 두 번째 관련 긴급회의 후 비상사태를 결정했다. 앞서 코로나19는 2020년 1월 세 번째 회의 만에 비상사태가 발령됐다. 회의 횟수로만 보면 코로나19보다 결정이 빨랐다.

이번 비상사태 발령은 긴급회의에서 위원 15명 중 6명만 찬성하고, 9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위원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원숭이두창의 위험도가 높은 유럽을 제외하곤 현재 전 세계적인 위험도가 중간 정도이지만, 추가적으로 국제적인 확산의 위험이 분명히 있다"고 선포 이유를 설명했다.

선제적인 조치를 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늑장 대응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②어떻게 되나
WHO는 이번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국가들에 발병 감시와 공중 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백신과 치료제 등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라고 권고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WHO는 196개 회원국들에 해당 발병 통제를 위해 상당한 자원과 자금을 투입하고, 국가들 간에 백신과 치료법 등을 공유하라고 장려할 수 있다. 다만 강제 규정은 없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WHO가 원숭이두창을 비상사태로 선포한 것은 국제사회에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원숭이두창의 확산을 막고, 현재의 발병과 싸우기 위해선 국제적인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에서 원숭이두창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국제사회가 이 바이러스(원숭이두창)에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퇴치하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며 WHO의 비상사태 선언에 지지를 표명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22일 기준 2890건으로 스페인(312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WP는 WHO의 이번 선포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원숭이두창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해당 감염병에 자금 지원이 증가하는 한편 주와 지방 정부들이 CDC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앞서 코로나19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현미경으로 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AP=연합뉴스

③적절했나
WHO는 관광 산업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비상사태 선언에 신중한 측면이 있다. 이번 선언의 적절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미 에모리대의 감염내과 의사인 보구마 타이탄지는 비상사태 발령에 대해 "늦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평했다. 반면 네브래스카대 글로벌 보건 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롤러 박사는 "발병을 더 일찍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며 선언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WHO가 과거에도 비상사태 선언 시점이 너무 늦거나 빨라 비판에 직면하곤 했다고 전했다. 에볼라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비상사태로 지정됐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코로나19는 비상사태 이외에도 2020년 3월 WHO에 의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과 위험 수준이 낮다고 평가한다.

국제공중보건 전문가인 지미 휘트워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 널리 퍼진 전례없는 발병"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반 대중에게 널리 퍼질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HR에 따라 비상사태 유지 여부는 3개월마다 재검토된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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