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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직격인터뷰] “어떤 정부도 자국 국민을 추방할 권한은 없다”

헌법학자 김선택 교수가 보는 북한어민 북송사건
예영준 논설위원
헌법학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단국이란 특수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통일에 대비한 법 체계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 관계에 관련된 법제와 법 적용 문제에 줄곧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다년간 법무부 통일법무과에서 수행하는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북한과의 민사사법 공조에도 관여한 경력이 있다.

김 교수는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을 헌법 위반이자 정부에 의해 행해진 범법 행위로 규정한다. 현 정부의 재조사로 사건의 진실이 한꺼풀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김 교수를 만나 헌법학자로서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 아닌 대한민국의 ‘현재적 국민’
귀순 진정성이 아니라 돌아갈 의사 있는지 진정성 따졌어야
문 정부, 북송 불가피한 남북간 특별한 사정 있었는지 밝히고
지금이라도 북송 어민 정보 북측에 확인하는 게 정부의 의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헌법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Q : 남북 관계 법제를 연구해 온 학자의 입장에서 북송 사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을 것 같다.
A : “이 사건 보도를 접하는 순간부터 의아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포 당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왜 그 목선은 해상경계선을 넘나들기를 반복했으며 우리 군은 왜 굳이 공해상으로 나가서까지 나포를 해 왔을까. 이 사건의 경우 왜 해경이 아닌 군이 출동했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 투성이다. 선장의 가혹행위에 대한 선상반란이란 정부 발표도 아직은 규명된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Q : 당시부터 북송은 위헌이란 입장을 밝혀 왔다.
A :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서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일 뿐’이라는 말을 했다. 잠재적 국민이기 때문에 귀순의사의 진정성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잠재적 국민’은 써서는 안될 나쁜 표현이다. 명백하게 헌법에 반한다. 누구나 다 알듯이 우리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북한 영토까지 포괄해서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하는 것이다. 당연히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남한에 있든 북한에 있든 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이 아니라 ‘현재적 국민’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지역에 대한민국의 법이 실행이 안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북 주민이 경계선을 넘고 남한으로 넘어오면 바로 대한민국법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 안전을 정부가 침해한 사건이다.”


Q : 귀순 의사가 진실하지 않아 북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A :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탈북자를 북송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큰일 날 일이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북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의 의사를 물었어야 했다. 그에 반해 돌려보낸 것은 추방이다. 어떤 나라, 어떤 정부도 국가의 구성요소인 자국 국민을 추방할 권한은 없다.”


Q : 당시 북송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의 논리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해 취급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비정치적 중대범죄자에 대해서는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을 원용했다는 것이다.
A : “2000년대 중반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북한과 북한 주민을 외국에 준하거나 외국인에 준해 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긴 하다. 가령, 북한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대한 의료인 자격 인정 여부에 관한 사례나 또는 외환 거래 등 개별적 사건에서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개별 법률을 유추 적용한 것이지 원칙적인 판례가 아니다. 만일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고 해보자. 탈북해서 남쪽으로 오고 싶은 사람을 다 외국인으로 보고 귀환을 시켜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다.”


Q :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예외 규정을 거론하면서 범죄자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A : “그건 탈북자 보호와 정착 지원 대상을 규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정착금과 직업훈련, 교육 등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 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과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받고 말고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 우리나라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의 보호대상으로 지정되지 못한 탈북자들도 수십명 있다.”


Q :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했어야 했나.
A : “대한민국 국민이니 당연히 대한민국 형사법 체계에 따라 기소하고 재판해서 처벌해야 한다. 그냥 원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판례가 있다.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수원지방법원 판결로 집행됐다.”


Q : 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없어 돌려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 “우리 법에 자백이 자기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처벌 못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그걸 아는 정부가 증거를 찾을 노력은 않고 북한이라는 비인도적인 곳으로 보낸 건 우리의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한 행위다.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 그들이 타고 온 목선을 잘 수색하면 그 안에 뭔가 범죄의 증거가 나왔을 것이다. 그 배 유류물을 수거해서 국과수에 맡겨 분석을 했어야 된다. 그런데 정부는 그 목선을 압수수색은커녕 소독을 하고 보냈다. 16명 살인이라는 중대범죄의 증거를 대한민국 정부가 인멸한 것 아닌가. 또 하나는 북한에 요청을 하는 것이다. 공범 1명이 북한에 체포되었다고 하지 않나. 남북간에 사법공조를 한 사례가 없지 않다. 저작권 관련이나 탈북자의 상속 재산 문제 등 민사 분야에 국한되긴 하지만, 내가 법무부와 일하면서 그런 사법공조에도 관여했다. 물론 형사사건에 공조가 이뤄진 적은 없는데, 북한이 협조하지 않고 돌려보내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문제는 정부가 그런 요청조차 하지 않고 서둘러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흉악범이라도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형사피의자, 형사피고인, 수형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형사사법 절차가 가혹한 북한으로 송환해 버렸다. 기본권 침해이자 반인권 행위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북한에 요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빠뜨리고 있다.”


Q :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사건인데, 현 정부가 할 일이란 무엇인가.
A :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북한 쪽에 정보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다음날 북한에서 처형당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남북간 공식적 정보 제공에 의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법치주의 수준이 높지는 않겠지만 검사도 있고 사법부도 있으니까 두 사람이 어떤 재판을 받았고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지난 정부의 발표가 맞는지도 확인이 된다. 북한이 협조해 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정부는 두 사람을 북송해 줬으니 당연히 확인할 권리가 있다.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Q : 윤석열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송에 관여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A : “헌법과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르지 않았으니 북송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 행위다. 정확히 무슨 범죄인지는 내가 말할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 직무상의 범죄에는 해당될 것이다. 만일 그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매우 중대한 정치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 탈북자들을 송환해 주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치행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정도만으로는 안된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사건 당시 그렇게 급박하게 움직인 걸로 봤을 때는 뭔가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Q :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A : “국가의 존립 이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국민의 안전과 자유라는 국가의 존립 목적에 우선할 수 없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자국 국민을 북한으로 떠밀어 보내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국가의 부작위에 의해 국민 생명이 희생된 것이라면, 강제 북송사건은 국가의 작위에 의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연되지 않도록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예영준(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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