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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노인을 위한 도시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지난 15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고령 친화 커뮤니티 정책 포럼’에서 뜻밖의 발표자를 만났다. 건축공간연구원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이 포럼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건축 도시 공간과 복지를 어떻게 결합할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굿네이버스가 사례 발표에 나섰다. 굿네이버스는 아동복지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비정부기구(NGO)다. 그런데 NGO 최초로 경기도 시흥시 인근에 시니어타운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총 55가구 규모인데, 2024년 준공이 목표다.

왜일까. 기부자도 고령화하면서다. 굿네이버스 회원 60만 명 중 50세 이상 25%, 55세 이상 18%, 60세 이상이 10%로 노년층 비중이 급상승하고 있다. 유산 기부를 의뢰한 회원 중에서 사망할 때까지 주거와 노후 서비스를 원하는 이도 늘어났다. 이에 굿네이버스는 2020년 미래재단을 출범해 노인 주거복지 연구에 나섰다.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어르신들. [뉴스1]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이 시니어 회원(55~69세) 37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니어타운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93.1%에 달했다. 입주 의향도 66.7%였다. 각 설문의 1위 답변을 골라 연결해 보면 시니어타운 주거공간으로 부부생활형에 도시 근교, 지인과 만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입주 시점은 75세 이상, 입주 기간은 임종 때까지였다. 식사와 응급시스템, 평생교육, 건강검진 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랐다.

노인이 살기 좋은 집과 도시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실제 공급되는 공간의 양극화는 심하다. 기업형의 값비싼 시니어타운이거나, 취약 계층 대상의 고령자복지주택 위주다. 국토교통부가 노인 맞춤형 주택으로 만들고 있는 고령자복지주택의 경우 65세 이상 저소득(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 이하) 어르신만 해당한다.

굳이 요약하면 ‘중간형 주택’이 실종된 상황이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2050년이면 열 명 중 넷이 65세 이상인 시대가 된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의 고령화 속도는 더 빠르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도시계획은 습관처럼 늘 성장하는 도시를 그린다. 인구가 늘어나고 청년층 일자리가 많아지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도시재생 뉴딜 사업비의 상당수가 지방의 방치된 공간을 청년 공유오피스로 바꾸는 데 쓰였다. 사무실은 생겼지만 여전히 청년은 그곳에 없다. 결국 공실 문제로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대로 된 현실 인식부터 필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노인이 될 우리가 살기에 불편하지 않은 집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 마을과 도시는 얼마나 준비 됐을까. 굿네이버스가 조성 중인 시니어타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한은화(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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