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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적자 1억 쌓인다…"차라리 흉년 들었으면" 농민들 무슨일 [영상]

지난 19일 오후 2시 세종시 연동면 세종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세종통합RPC). 높이 10m가 넘는 2번 창고에 커다란 쌀포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무게 800㎏인 포대는 2번 창고에만 23개를 보관 중이다. 2번 창고처럼 1·3·4번 창고에서 800㎏들이 대형 포대가 지난해 가을부터 출하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세종시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수매해 보관하는 세종통합RPC 대형창고에 판메하지 못한 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세종통합RPC에 보관된 쌀은 1만4000t에 달한다. 조합 측은 9월 중순까지 1만t 가량을 판매할 예정이지만 남은 4000t은 처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재고를 처리하지 못하면 묵은쌀이 창고에 계속 쌓여 올해 생산하는 햅쌀을 매입하는 데까지 영향이 미친다. 적재공간 부족으로 예정된 물량보다 적게 매입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달 1억원가량의 적자가 쌓인다. 적자는 세종통합RPC에 출자한 세종지역 8개 농협이 부담한다.

재고 처리 못 하면 햅쌀 수매도 어려움
세종통합RPC 이운관 과장은 “작년에도 풍년이 들어 쌀을 매입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올해도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풍작이 이어질 텐데 풍년을 걱정하는 말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수매해 보관하는 세종통합RPC 대형 창고에 판메하지 못한 벼가 가득 쌓여 있다. 신진호 기자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보관하는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이 포화 상태다. RPC(Rice Processing Complex) 창고마다 벼를 담은 대형 포대가 겹겹이 쌓였고 언제 출하될지는 감감무소식이다. 늘어가는 건 장기간 보관에 따른 비용과 적자뿐이다. 불과 두 달 뒤 시작하는 수매를 앞두고 RPC를 운영하는 농협과 농민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40㎏ 기준 수매가격보다 1만원 싸게 판매
세종통합RPC는 지난해 농민들로부터 40kg당 6만3000원에 벼를 매입했다.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가격은 40㎏ 기준 5만3000원이다. 이윤은 고사하고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구조다. 턱없이 떨어진 쌀값 때문이다. 농협충남세종본부 산하 창고에 쌓여 있는 쌀 재고량은 18만t에 달한다. 이 물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올가을 수매를 놓고 정부와 농협, 농민 간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세종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수매해 보관하는 세종통합RPC 앞에 벼 재배면적 5%를 줄여 쌀값 하락을 막아내자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쌀 주산지인 전남 영광통합RPC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영광통합RPC가 농민에게 사들인 벼 가격은 40㎏ 1포대당 6만7000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판매가격은 5만2000원 선으로 1만5000원이나 차이가 난다. 그마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벼가 고스란히 창고에 쌓여 있다.

전국 미곡처리장마다 재고 가득…적자 누적
영광통합RPC는 지난해 이맘때 재고가 5000t 정도였는데 올해는 1만t에 달한다. 쌀값 하락과 재고로 손실이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남지역 쌀 보유량은 이달 초를 기준으로 20만5000t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11만5000t보다 128%나 증가한 것으로 전국 평균 증가량(67.7%)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0월 13일 경기도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벼를 싣고 온 트럭들이 수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쌀값 하락과 재고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총 27만t의 벼를 수매했다. 시장에서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18일에는 10만t을 추가로 사들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10만t으로는 어림도 없다. 적어도 20만t에서 30만t은 매입해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추가 판매 등을 통해 보관 중인 벼를 처리하더라도 23만6000t에서 31만6000t의 재고가 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민들 "다른 건 다 오르는 데 쌀값만 하락"
농민들은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고 물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2022년 햅쌀 가격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서다. 충남 태안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봐라. 지금 쌀값을 제외하고 모든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느냐”며 “이대로라면 쌀값이 오르기는커녕 햅쌀을 얼마나 수매할지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미곡처리장(RPC)에서 추수한 벼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수매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1년 116.3㎏이던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는 지난해 절반 수준인 56.9㎏으로 줄었다. 1인당 하루 156g을 먹는 것으로 계산하면 즉석밥(200g 기준) 1개도 안 되는 양이다. 농협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6월 5만5904원(20㎏들이)이던 쌀값은 1년 만인 올해 6월 4만5537원까지 떨어졌다.

정부 10만t 추가 수매…농민 "근본대책 필요"
정부의 3차 추가 수매에 이어 전국 농협은 ‘쌀 팔아주기 운동’과 ‘쌀밥 먹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쌀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 재고 물량을 줄이지 않으면 쌀값 폭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농협과 농민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자체도 나섰다. 전남 나주시는 '지역 쌀 구매운동'을 수도권으로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나주시는 우선 혁신도시 16개 공공기관과 혁신산단 입주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역 쌀 구매운동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출향 향우회, 농협 등과 연계해 수도권으로 쌀 소비 판촉 행사를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기로 했다.
지난 19일 세종시 농민들이 생산한 벼를 수매해 보관하는 세종통합RPC에서 시중에 판매할 쌀을 포장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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