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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포시 3남매 추앙하라"…여권 잠룡이 이들에 꽂힌 이유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날 추앙해요”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지난 5월 2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여권에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데만 어림잡아 4시간 걸리는 가상의 도시 ‘산포시’ 출신 3남매의 일상이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 교통 정책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서울시로 출근하는 경기도민과 관련해 “서울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펴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빨간 버스’로 표현되는 광역 버스나 수도권 전철 노선 등을 이용해 서울과 경기도 위성도시 사이를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라는 취지였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 상당수는 원래 서울에 살았거나 서울에 살려고 했던 분”이란 설명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런 지시가 나온 배경에는 ‘나의 해방일지’ 속 장면이 자리 잡고 있다. 오 시장은 “드라마에 3남매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전철에서 지친 표정으로 멍 때리며 퇴근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교통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토부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언급됐다. 원 장관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등 수도권 교통망 확충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를 봤는지 물었고, 윤 대통령은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는데 거기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받았다”고 답했다고 원 장관은 전했다. 원 장관은 “출퇴근 시간에 쓰는 시간을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 삶의 시간으로 돌려줘야 하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며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와 함께 ‘GTX-A 개통 일자를 최대한 당기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 중에서 ‘나의 해방일지’와 수도권 출퇴근 교통망 문제를 가장 먼저 연결지은 사람은 유승민 전 의원이다. 6·1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당내 경선에서 밀렸던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14일 김은혜 전 의원과의 국민의힘 경선 토론 때 이 드라마를 언급했다. 이튿날에는 GTX-A 공사장을 방문해 “서울은 계란 노른자, 경기도는 흰자”, “서울 출퇴근에 내 청춘을 바친다”와 같은 극중 대사를 언급한 뒤 “대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며 “경기도민의 통증을 해결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JTBC ‘나의 해방일지’포스터. JTBC

3남매가 사는 ‘산포시’는 가상의 지명이지만 실제 경기도에 존재하는 도시를 상정한 곳이다. 드라마 애청자들은 각자가 “내가 산포시민”이라며 자신의 출퇴근 애환을 투영하기도 했다.

이곳이 어느 곳을 상정했든 정치권에선 ‘산포시’가 선거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서울과 밀접한 경기도 신도시 대부분이 산포시와 비슷한 정치적 환경을 띠고 있다. ▶시민 상당수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고 ▶유권자 중 젊은 층 비율이 놓으며 ▶경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이 크다.

실제 의정부·안양·부천·남양주·화성·시흥·군포·파주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은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한 3·9 대선 때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더 높았다. 6·1 지방선거 때도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민주당 후보였던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기도, 그 중에서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비중이 높은 경기도 지역은 여권에게 불리한 지역”이라며 “차기 대선 때 국민의힘 후보가 심혈을 기울여 승리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가 모두 경기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산포시’는 중요하다. 현재 야권 내에서는 경기지사 출신으로 지방선거 때 인천 계양을에서 금배지를 단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 때 경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진(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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