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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나는 술주정뱅이가 아니야”

잘 아는 분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음주를 시작했답니다. 친구들과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다가 미국에 와서 생활도 안정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후에는 와인을 주로 마셨다고 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와인 반병과 맥주 2-3 캔(간혹 4~5캔)을 마시면서도 본인에게 술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용기가 생기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져서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메시지도 남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답이 없으면 화를 내고 불평도 했답니다. 음주 후에는 목소리가 커지고, 쉽게 이성을 잃어 부부 싸움도 잦았답니다.  
 
많은 한인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들의 음주 모습을 자주 보며  자랐습니다. 어린 두뇌 안에 있는 ‘거울세포(mirror cell)’들은 그런 행동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물을 깐깐하게 관찰하고 감정을 억제 조절하는 전두엽이 술기운으로 느긋하게 되면 노래도 하고, 자녀들에게 칭찬도 하며, 쉽게 잠이 듭니다. 그러나 한 번에 맥주 4캔 정도를 마시는 ‘폭음(binge drinking)’상태가 되면 두뇌 안의 ‘보상체제(reward system)’를 자극해서 ‘보상회로(reward circuit)’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고양감(high)과 쾌감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그에 도달하려면 갈수록 음주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 현상을 ‘내성 (tolerance)’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중단하면 참기 힘든 ‘금단현상( withdrawal)’이 옵니다. 이 같은 두 가지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정신과에서는 중독제(Addictive substance)라 부르는데 술, 마리화나, 카페인, 환각제(hallucinogen), 흡입제, 아편류(opioid), 진정제 /항불안제 (재넥스, 아티반, 발리움 등), 자극제(코케인, 암페타민 등), 담배 등 10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술, 진정제 및 항불안제 그리고 마약류들은 갑자기 사용을 중지하는 경우 혈압이나 맥박의 불규칙한 변화, 복통이나 설사, 심한 통증은 물론 환시( visual hallucination),  환각(tactile hallucination) 등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크레빙(craving·약물이나 술을 섭취하려는 몸부림)이 심한 경우에는 Naltrexone이라는 약을 사용합니다. 이 약은 본래 마약 과다복용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입니다.
 


 앞에 언급했던 한인의 경우 기억력이나 집중력 감소, 가정불화나 음주운전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면 음주량과 관계없이 알코올 중독 환자로 진단 됩니다. 중독되는유병율은 18-24세에 가장 높습니다.  
 
정신과 질병 가운데 중독증세를 동반하는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조울증( 양극성 질환)에서 중독 환자가 많고,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새로운 이름), 반사회적 인격 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우울증, 불안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 주의산만 및 행동과잉증세 (ADHD)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75%는 성격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환자들 가운데 약 70%는 우울이나불안장애가 올 수 있어 물질 중독에 걸릴 위험도 커집니다.  
 
왜 어린이들의 주의산만증을 약물과 상담, 학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첫 중독 경험을 하게 되는 시기는 15세 정도라고 합니다.  
 
이미 중독이 된 어른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입원, 약물 투여, 운동, 식이요법 등이 있고, 심리적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낄 수 있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대화를 하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그 후에는 2주마다, 한 달마다 볼 수 있겠고, 개인이나, 혹은 집단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인 도움으로는 가족이나 직장에서의 도움, 교회 등 종교 기관을 통한 치료들이 있습니다. 중독증은 결국은 자기 파괴 현상이 오는 무서운 정신 질병입니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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