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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아트&디자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정원이야말로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원은 마술적인 장소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79)가 2011년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을 공개하며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파빌리온 설계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프로젝트로 유명한데요, 2009년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그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조경가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77)와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연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풀과 꽃을 보며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깊이 깨닫고 있다”고 한 그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장-미셸 오토니엘, 와일드 노트, 2022, 거울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김용관 촬영.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얼마 전 덕수궁 연못에 '황금 연꽃'을 설치한 프랑스 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을 만났을 때,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바로 꽃과 정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원과 정원’(8월 7일까지)이란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야외 정원과 내부, 그리고 덕수궁에 작품을 펼쳤는데요, 어릴 때부터 꽃에 매료된 작가로 유명합니다. 인터뷰에서 물었을 때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주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며 “어릴 때 시골 할머니 댁 정원에서 만난 꽃들과 계절의 변화가 황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열두 살 무렵부턴 꽃들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가는 데 푹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어린 소년, 꽃 이야기에 심취한 10대라니요. 루브르 박물관이 영구 소장한 그의 회화 ‘루브르의 장미’,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인 ‘자두꽃’ 삼면화, 덕수궁의 ‘황금 연꽃’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꽃과 정원,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파고든 소년의 열정이 거기 있습니다. 이제 중견 작가가 된 소년은 “꽃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다른 차원의 사색으로 이끌고,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주며, 그 경이의 순간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고 말합니다.

다시 춤토르로 돌아가 볼까요. 2014년 그를 만나 “당신에게 자연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 마음을 고요하게 달래주고, 나를 지탱해주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춤토르는 정원과 하나 된 파빌리온을 가리켜 ‘명상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고, 오토니엘은 자신의 작품이 놓인 덕수궁 작은 연못을 돌며 “명상을 즐기라”고 했습니다. 꽃과 나무를 응시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 두 사람의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겹칩니다.

꽃은 소녀만의 것도 아니고, 중년 여성들의 ‘프사’(프로필 사진) 취향으로 조롱할 대상도 아닙니다. 오토니엘에게 꽃이 현실과 꿈을 이어주는 매개였듯이, 자연과 아름다움을 깊이 성찰한 예술과 건축 또한 우리에게 시적(詩的) 우주를 체험하게 합니다. 그 경이의 세계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은주(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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