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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면 공범이냐""2차가해 그만"…성 대결 번진 '인하대 참극'

“같은 성별이란 이유로 욕먹는게 맞나”(인하대 커뮤니티 게시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 (인하대 재학생 A씨)

지난 15일 발생한 인하대 캠퍼스 성폭력 사망 사건의 후폭풍이 젠더 갈등에 불을 붙였다.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부터 갈등이 확산하는 데는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크게 작용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 착취물 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다”라고 주장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 학교 남학생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심석용 기자
여기에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 글로 맞불을 놓았다. 신 대변인은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우리가 모두 공범이라니.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며 “누가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언제까지 죄 없는 여성이 죽어야 하냐” 등의 의견과 “박 전 위원장의 말은 얼까(억지 까임)이다. 남성이란 이유로 왜 내가 공범 소리를 들어야 하냐” 등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여성 유저가 많은 A 커뮤니티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글에 외모 등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안 봐도 뻔해 성폭행 강간으로 일어난 사건이겠지. 한남(한국 남성)들 제발 뒈졌으면”이란 내용의 글도 있었다. 반면 남성들 주로 모이는 B 커뮤니티엔 “군대에서 남자들 몸 다치고 사고 나서 죽는 그런 일에는 입 싹 닫고 있다가 이번 사건에만 유독 과민 반응하는 게 웃기다”는 글 등이 올라왔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을 달궜던 성 대결 양상의 초기와도 유사한 흐름이다.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A씨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 재학생 사회에선 이 같은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대학별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 인하대 게시판엔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인하대 게시판엔 인하대 재학생이나 졸업생 등 인증절차를 거친 사람만 글을 올릴 수 있다. 재학생 박모(20)씨는 “교내 커뮤니티에 ‘여자가 예뻤나 보다’, ‘합의한 성관계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 아니냐’, ‘여자들은 살인보다 성폭행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서 댓글에서 난타전이 벌어졌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글이 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거 보니 참담하다”고 전했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B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인천지법을 나서고 있다. 심석용 기자
침울한 인하대…가해자 퇴학 검토

인하대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교내에 마련한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공간엔 18일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양초가 켜진 책상 주위엔 국화꽃과 초콜릿, 음료수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추모객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를 남겼다. 한 재학생은 “그날 새벽에 합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경찰차가 와 있는 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취객인가 하고 집에 갔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제발 부디 편하게 쉬시길 기도하겠다”는 추모글을 남겼다. 한 50대 여성은 “내가 다닌 학교에 이런 말을 남겨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아프다”며 “내 딸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안전한 게 숨 쉬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교내 온라인 공간인 ‘인하광장’엔 인하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올린 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확한 상황 설명이나 대응 방안 없이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 보낸 이들을 위로한다” 등의 문장으로 구성된 글이었다. 교내 구성원도 입장문에 같은 학교 학생인 가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비판이 없었다는 점이 의아해했다고 한다. 한 재학생은 “총학생회 입장문을 보고 다시 한번 인하대생인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믿고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의견문을 쓴 총학생회 관계자는 “현재 비대위는 1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라며 “유가족·학교 측과 협의한 뒤 사건 경과를 담아 따로 입장을 내려고 했는데 그런 설명 없이 입장문만 낸 게 섣불렀다”라고 말했다.

인하대는 이날 회의를 열고 가해자 김모씨에 대한 퇴학 등 징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시설 보안 강화와 재학생 심리치료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야간 시간대엔 미리 승인받은 학생만 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입 가능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도 고심하고 있다. 폐쇄회로TV(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현재 13명이 4인 1조 3교대 근무하는 학내 보안·순찰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편 A씨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전날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를 상대로 A씨의 추락에 직접 원인을 제공했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조사 후 혐의 변경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석용.김은지(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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