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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아직 멀었다와 거의 다 왔다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은 과거에서 흘러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시간은 나누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도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한국어의 시제가 외국인에게는 쉬운 게 아닙니다. 일단 현재와 미래는 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미래를 표현할 때도 그냥 현재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옵니다’라는 말은 현재이기도 하면서 미래입니다. ‘지금’이나 ‘밖에’라는 말을 더하면 지금의 의미일 겁니다. 이게 기본적인 시제이겠지요. 그런데 내일이라는 말이 앞에 오면 시간을 미래로 바뀝니다. ‘내일 비가 옵니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미래를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즉 ‘~ 할 거예요’나 ‘~ 하겠습니다’처럼 미래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주로 의지나 추측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미래를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앞으로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거나 어떤 일을 추측하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미래의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말이나 내일 비가 오겠다는 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일이니까 결심을 하고 추측을 하는 일이 많은 겁니다.
 
 한편 미래의 일인데도 과거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과거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완료의 느낌입니다. 이미 끝난 것이지요. 그래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할 때는 미래라도 과거의 형태를 쓰는 겁니다. 대표적인 말이 ‘거의 다 왔다’는 표현입니다. 주로 등산을 가거나 멀리 갈 때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거의 다 왔다는 말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도착하지 않은 것이지요.
 
 등산을 할 때 늘 느끼는 거지만 정상이 가까울수록 왠지 아직 많이 남은 듯해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묻게 됩니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그때 내려오는 사람의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힘내라는 말입니다. 물론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꽤 남았는데도 그렇게 말을 해서 힘을 북돋기도 합니다. 그 때 하는 말이 거의 다 왔다는 말이지요. 미래의 일을 과거, 완료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거의’라는 표현 없이 ‘다 왔어요’라고만도 표현합니다. 물론 다 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저는 ‘다 왔어요’라는 말과 대립을 이루는 말로 ‘아직 멀었다’는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멀었다는 표현을 다른 사람에게 들으면 힘이 쭉 빠집니다. 그런데 겸손의 말로 자신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표현을 쓸 때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아주 잘 하시네요’라는 칭찬에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말도 과거로 표현하는 겁니다. 멀었다는 말은 묘한 표현입니다. 과거를 돌아볼 때 쓰면 이해가 되는 표현이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표현할 때는 어색한 말입니다. 그 때 도착지까지는 아주 멀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다 왔다는 표현과 아직 멀었다는 말의 짝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거의 다 왔냐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는 대답을 하면 당연히 힘이 빠지지요. 반면에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직 멀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힘을 내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남을 위해서는 거의 다 왔으니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는 말로 과거의 표현을 쓰고, 나에 대해서는 더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과거의 표현을 쓴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조현용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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