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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공포심

사람은 누구나 공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용감한 장군이던가 아니면 생각을 많이 한 철학자라고 하더라도 공포심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특정한 사물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유치원에 갈 나이쯤 되어서 친구였던 영숙이는 송충이를 많이 무서워 했습니다. 장난꾸러기인 사내아이가 송충이를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영숙이를 놀리면 금방 울음이 터지곤 했습니다.  
 
저의 아내는 뱀을 무서워 합니다. 플로리다에는 뱀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뱀이 치어 죽었거나 숲속에 있는 것을 보면 질겁을 하고 도망을 하고 며칠 동안은 그 근처에 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나의 여동생도 겁이 많습니다. 한국전쟁때 안성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시골의 화장실은 뒷간이라고 하여 마당을 건너 외양간 옆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간은 엉성하여 밑의 구멍이 보여서 잘못하면 빠질 것 같고 쥐가 드나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밤에 뒷간에 가려면 여간 고생스러워 하는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죽을 상을 하고 나에게 동정을 구하여 따라가서 문밖에 서 있습니다. 그러면 “오빠 거기 있어 가지마”라는 말을 1분에 한 번은 합니다. “그래 나 여기 있다”라고 하면 “오빠 노래를 불러봐 그러면 거기 있는 줄 알게”라고 하여 나는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서 한 서너 너덧번 부르면 동생은 일을 보았는지 말았는지 나와서 내 손을 잡고 “춥지? 들어가”라고 손을 끕니다. 아마 어두운 것이 무서웠겠지요.  
 
모파상도 어두운 것이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그는 임종 전에 “아 어둡다 어둡다 너무나 어둡다”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나는 무서운 것이 너무나 많은 사람입니다. 죽은 사람이 무섭습니다. 의과대학 1학년에 제일 중요한 과목이 해부학입니다. 그런데 우리 해부학 교수님은 필기시험은 없고 실기 구두시험만 있습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실습실에 와서는 누구가 공부를 하고 있는가 체크를 하십니다. 그래서 자기의 눈도장이 찍힌 사람만 패스를 시켰습니다. 나도 실습을 하는데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실습실에 한 대여섯명이 같이 실습을 하다가 그들은 커피 한잔 마시고 온다고 나가고 나만 실습실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습니다. 방에는 16구의 시체와 나혼자만 남았습니다. 나는 일어설 수도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습니다. 아마 얼어붙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그 시간이 한 시간도 넘었을 것 같은데 아마 2~3분밖에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박수연 교수님이 전등을 들고 들어오시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교수님이 보시니 나의 얼굴이 흰 종이 색깔이고 말도 못하더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불을 끄고 잠을 자지 못합니다. 자다가도 불을 끄면 일어납니다. 요새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데를 올라가면 겁이 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겁이 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오줌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포증은 혼자 있을 때 더 심하게 나타 납니다. 아무리 어두워도 여러 명이 같이 있으면, 해부학 실습실에 같은반 학생들이 전부 있으면 겁이 덜 납니다. 어린애가 어머니의 품에 있으면 옆에 폭탄이 터져도 겁이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언젠가는 혼자 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길을 혼자 갈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때는 생각만 해도 겁이 납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으면 ‘두려워 말라 내가 언제나 너화 합께 있겠다’라는 예수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더 의지하는지도 모릅니다. 너와 함께 있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붙들고 내가 놓지않는 것은 오래전 뒷간에서 “오빠 거기있어”라고 하던 동생의 심정일지 모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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