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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4F

정제원 스포츠디렉터
‘웰컴 투 코리아’로 시작되는 손흥민의 편지를 보고 토트넘 동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가 쓴 편지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봤다. 어려운 단어도, 미사여구도 없었지만, 그 어떤 편지보다 울림이 컸다. 손흥민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머나먼 한국을 찾아온 형제들에게 고국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오롯이 녹아있다.

이렇게 쉬운 단어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니….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비결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의 기술·능력도 중요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 그리고 진심으로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사람들은 감동한다.
성실한 자세로 세계 정상 올라
Friendship, Fair Play 등 돋보여
가족들 보살핌도 결정적 역할
팀 동료도 득점왕 만들기 동참

손흥민이 한국을 찾은 토트넘 동료들을 위해 준비 한 편지. 선수들이 묵는 호텔 방에 선물과 함께 놓아 뒀다. [토트넘 트위터]
손흥민은 이제 두 말이 필요 없는 월드 스타다. (유독 그의 아버지만 아들이 월드클래스란 것을 부인한다) 그가 월드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Friendship(우정)’이다. 한국을 찾은 토트넘 동료들을 위해 그가 호텔 방마다 놓아뒀다는 편지에서 우리는 손흥민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낀다.

해리 케인과 인천공항에서 뜨겁게 포옹하던 그 장면도 강렬하다. 영국이 아닌 한국 땅에서 동료를 맞이하는 기분, 서쪽 나라에서 머나먼 동쪽 나라에 사는 형제를 찾아온 심정이 고스란히 이 포옹에 담겨 있다. 젊은 선수들의 우정과 의리다. 이런 건 사전 각본이나 연출로는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손흥민의 말. “큰일 났어요. 애들이 내가 한국에서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요. 맛있는 거 사줘야 하는데 어떡하지요.”

손흥민의 두 번째 비결은 ‘Fair Play(페어플레이)’다. 여기서 말하는 페어플레이란 거친 태클을 하지 않고, 욕설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싸운다. 때로는 상대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같은 팀 골키퍼 요리스와 그라운드에서 말다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끝나면 동료는 물론 상대팀 선수들과도 악수를 하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고, 때로는 위로를 해준다. 90분간 그라운드에서 피땀을 쏟아낸 파트너를 향한 정중한 매너이자 승부사의 품격이다. 팬들은 승부를 향한 그의 진지한 자세, 진정한 마음을 느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페널티킥 골이 한 골도 없었다는 건 손흥민의 스타일을 대변해주는 또 하나의 기록일 뿐이다.

손흥민을 읽는 세 번째 키워드는 ‘Family(가족)’다. 손흥민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씨의 분신이다. 그의 아버지 손씨는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부드럽다. 손흥민은 말한다. 나의 축구는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페널티 에어리어 모서리에서 수많은 슈팅 연습을 했다는 건 이제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그 자리에서 찬스가 나면 백발백중 골을 터뜨린다. 그렇게 ‘손흥민 존’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손흥민은 어머니가 안 계신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다. 그의 어머니 길은자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아들을 지켜본다. 그의 형 손흥윤씨도 축구 선수 출신이다. 지금은 춘천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가족이 없었더라면 당연히 오늘의 손흥민은 없었다.

손흥민의 마지막 키워드는 ‘Foreign Language(외국어)’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의 동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한다. 때로는 영어로, 때로는 독일어도 쓴다. 프리미어리그는 작은 지구촌이다. 영국과 독일·네덜란드는 물론 스페인·포르투갈에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도 즐비하다. 토트넘 감독 콘테는 이탈리아 출신이다. 그들과 함께 둥근 축구공을 차면서 웃고, 울고, 함께 화를 내고, 때로는 싸운다.

여기엔 국적도, 피부 색깔도 중요하지 않다. 언어는 각기 다르지만, 의사소통은 자유롭다. 득점왕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시즌 최종전, 노리치시티와의 경기. 전반전이 끝났을 때 라커룸에서 브라질 출신 루카스 모우라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한 말. “걱정하지 마, 소니. 우리가 너 득점왕 만들어줄게.” 그리고는 후반전에 손흥민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이게 손흥민이 월드 스타가 된 또 하나의 비결이다. 그의 진심이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통역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했더라면 동료들과 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월드클래스가 되기도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제원(chung.jeh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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