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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비서실장 통해 서해 피살 보고서 삭제 지시한 정황

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고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으로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메인 서버 안에 보관된 두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13일 오후 국정원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밤늦게까지 국정원 메인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각각 서해 공무원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두 부서가 합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특히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보고서 삭제 혐의와 관련해 “메인 서버에 남아 있던 보고서와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한다.

국정원 관계자도 “물리적으로 서버가 있는 보안 공간에 검사들은 못 들어간다”며 “검사가 서버와는 분리된 공간에서 영장을 하나씩 보면서 특정 자료를 요청하면 직원들이 찾아서 내주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지난 6일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과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지 일주일 만이다. 박 전 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가 2020년 9월 22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이 생산한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피살 다음날인 23일 새벽부터 24일 오전까지 3차례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한 시점을 전후로 측근인 비서실장 A씨를 통해 실무진에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정부의 합동조사를 불과 닷새 만에 종료한 뒤 강제 북송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 메인 서버 안에 남아 있는 당시 보고서들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두 전직 원장의 혐의를 확인하려면 국정원 내부 보고서와 대북라인 결재 문서 등을 근거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보고서를 보지 못했고 삭제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서 전 원장은 미국에 머물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압수수색 영장에 근거해 자료를 제출하는 임의제출 방식”이라고 밝혔다. 정보기관 특성상 수사기관이 서버를 통째로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보안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필요 자료만 최소한으로 추출해 넘겨 줬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도 “고발인 자격의 국정원과 자료 협조가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 전후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웅(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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