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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친기업" 尹 철학…그를 격노시킨 보름전 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전 정부에선 반(反)기업 정서가 강했다면, 새 정부에선 친기업의 선봉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정위 운영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몇몇 참모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위는 기업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지 제재하려고 들면 안 된다고 윤 대통령이 말했다”며 “물론 기업의 불공정한 담합 행위 등은 철저히 근절해야겠지만, 기업 자체의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최소 규제 및 기업의 자율 규제' 원칙을 새 정부의 공정위 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셈이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김상조 전 위원장과 차별화되는 인물을 인선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업을 신뢰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불법을 저지르면 일벌백계하자는 것으로 ‘대기업 꼼짝마’ 일변도였던 전 정부와는 기조가 다르다”며 “기업의 편안한 경영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하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했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기업 규제보단 자율성을 강조한 상법 전문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이런 공정위의 역할은 새 정부 경제 모델과도 연결된다.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를 내세우는 윤 대통령은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성장 잠재력을 2배로 키우고, 이런 기업 성장을 바탕으로 단기 재정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달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때도
“정부는 기업이다.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연일 기업 친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저녁 시간에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많이 비어있으니 기업인들이 연락을 많이 달라. 도시락 같이 먹으면서 경제 문제를 같이 의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뻗어 나갈 수 있게 걸림돌(규제)을 제거해 주는 것이란 게 윤 대통령의 철학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아침 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격노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월 삼성과 SK, LG, 현대차 등 대기업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00조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투자 발표 전 정부와 사전에 조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윤 대통령이 노발대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지, 사전에 기업에 투자하도록 요구하거나 조율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정부의 역할 범위 밖”이라고 크게 화를 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런 가운데 사정 정국과 맞물린 대기업 수사 여부와 수위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새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 행보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긴장감이 여전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기업 비리 수사로 잔뼈가 굵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란 점도 기업인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대로 하되 지금 같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대기업이 크게 흔들리면 민간 시장의 성장동력 자체가 꺼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정부의 권력형 부정부패나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기업범죄는 당연히 단죄해야 하지만, 전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라거나 전 정부 인사와 가까웠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을 수사하는 건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일훈(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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