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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시민단체 "日교과서 '강제연행' 표현 금지 철회하라"

양국 전문가·시민 약 500명·184개 단체 성명에 찬동 문부과학성에 제출…"검정 기준대로 하고 있다" 반응

한일 시민단체 "日교과서 '강제연행' 표현 금지 철회하라"
양국 전문가·시민 약 500명·184개 단체 성명에 찬동
문부과학성에 제출…"검정 기준대로 하고 있다" 반응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일 양국 시민단체는 '강제 연행'이나 '종군 위안부' 등 일제 강점기 일본의 가해 행위를 드러내는 표현을 교과서에 쓰지 못하도록 사실상 압박한 일련의 조치를 철회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한국)와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일본)은 12일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과서에 대한 정치 개입을 즉시 중지하고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 연행 등의 용어 사용 금지를 철회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올해 3월 말 종료한 고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며 이는 평화와 인권을 중시하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집필자와 편집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 기준 개정이나 각의 결정 등을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이나 강제 연행에 관한 "내용 수정을 교과서 발행자에게 사실상 강요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 발행자가 정부의 견해에 따라 내용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각의 결정 등을 통해 제시된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으면 이를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2014년 1월 검정 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작년 4월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무 동원을 '강제 연행' '연행'이 아닌 '징용'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며 '종군'과 '위안부'라는 용어를 조합해 쓰는 것은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종군 위안부' 또는 '이른바 종군 위안부'가 아닌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한 방향으로 교과서를 기술하도록 압박한 행위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 8월)를 비롯한 "종전의 정부 견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일본이나 세계 학계의 연구 성과와도 합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 연행을 부인하는 것은 "식민지 상태 그 자체가 강제적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제국주의적 입장을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련의 행위는 교과서를 제작할 때 여러 이웃 나라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가 표명한 이른바 '근린(近隣·가까운 이웃) 제국 조항'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시민단체는 비판했다.
근린 제국 조항은 일본의 중국 침략을 교과서에 '진출'로 표현한 것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자 1982년 8월 26일 미야자와 기이치(1919∼2007)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를 토대로 마련한 검정 기준이다.
당시 미야자와는 "과거에 우리나라의 행위가 한국·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나라들의 국민에게 큰 고통과 손해를 끼친 것을 깊이 자각하고 이런 일을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과 결의 위에서 평화 국가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런 정신이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 교과서의 검정에서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이 담화를 토대로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사이에 벌어진 근현대 역사를 다룰 때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같은 해 11월 교과서 검정 기준에 추가했다.

자유법조단에서 활동하는 오모리 노리코 변호사는 이날 "학문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발언이 그대로 교과서 내용이 되고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일본 정부의 교과서 개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 운영위원장은 일본에서 잘못된 역사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시민이나 교사를 위한 자료집을 제작 중이며 이를 곧 배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성명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이 제안했으며 한국 측에서는 이정빈 충북대 교수 등 개인 213명과 민족문제연구소 등 8개 단체, 일본 측에서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 등 개인 285명과 역사학연구회 등 176개 단체가 찬동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민단체 일행은 회견을 마치고 성명과 이에 찬성한 이들의 명단을 문부과학성 교과서과 담당자에게 제출했다.
담당자는 스즈키 도시오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대표위원 등으로부터 성명 등의 취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교과서 검정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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