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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손을 잡는다는 것은

비 오는 호숫가를 걷다 호수에 빗방울이 만드는 무수한 동그라미를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동그라미는 점점 퍼져 서로 겹치고, 만나고, 서로의 손을 잡고 또 잡고, 호수는 온통 동그라미의 축제였다. 하늘이 열리고 호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하늘의 구름을 제 몸 가득히 담아 내다가 흥겨운 하늘이 내린 비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한폭의 움직이는 추상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아무 것도 일어날 수 없는 이곳에 행복한 일들이 마구 생겨나는 것이다. 세상에 덜렁 나 혼자라면 살아감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빗방울이 멈추고 호수는 다시 노을을 그리고 있다. 붉어지다가 푸른 보라를 찍은 큰 붓을 호수 깊은 곳에 뿌리며 노을을 담아내고 있다. 고요가 내려앉은 한 밤엔 번쩍이는 별빛을 사랑하고, 아침이슬을 머금은 새벽엔 안개처럼 깨어날 것이다.
 
우리는 너무 적게 생각하고 너무 많이 계산한다. 어떤 경우에는 생각도 없이 주판알만 튕길 때가 적지 않다. 당신의 필요에 나의 사랑을, 때론 나의 필요에 당신의 관심과 배려가 손 잡아질 때 오병이어의 기적은 꽃피우게 된다. 서로의 도움 없이 나 홀로 산다? 이 땅에 태어나 유년의 시기를 거쳐 오랜 기간 살아왔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던가. 만일 그 어려웠던 시기에 당신의 따뜻한 손잡음이 없었더라면,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을 때 그대의 편안한 어깨동무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손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하나가 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잘 자라준 뒤란의 데이지가 종일 내린 비바람에 고개를 숙였다. 세워주려고 노력해 봤지만 불가능이었다. 포기하고 뒤 돌아서는 마음은 참 불편했었다. 다음 날 아침 허리를 곧게 핀 꽃대를 바라보다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창조주의 손이 그곳에 있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

신호철

 
손을 잡는다는 것은 / 신호철
 
 
하늘 열리고 호수 가득 / 투득 투득 빗방울 떨어진다 / 작고 큰 동그라미 서로에게 / 단단히 손 잡으라 한다 / 이내 호수는 하늘이 되고 / 하늘은 호수가 된다 // 세상에 덜렁 나 혼자라면 / 살아감의 의미가 무엇일까? / 손을 잡는다는 것은 /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이어서 /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것이다 / 지나 왔던 모든 순간이,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 이마에 땀을 훔치며 허리를 펴는 것이다 / 어둠을 지나 환한 미소를 피우는 것이다 / 지난 밤 비바람에 쓰러진 꽃대를 일으키시는 / 당신의 손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 / 흔들리지도 마 /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지 / 너와 나 잡은 손 위에 / 당신의 손이 포개질 때 까지 / 손을 잡는다는 것은 / 미움이 사랑이 되는 것이다 / 서로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 호수와 하늘이 하나 되듯 / 너와 내가 하나 되듯 / 함께 걷는 길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 내가 너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 하나의 아픔이 두개의 행복으로 /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 꿈꿀 수 없었던 미래가 현실로 / 오병이어의 기적이 / 너와 나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손 /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삼겹줄이 되는 것이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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