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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의 퍼스펙티브] 상급종합병원 없는 춘천·안동 진료권, 중증환자 사망률 높아

지도로 본 ‘의료 불평등’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대한민국 의료의 지역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 의료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인 입원 환자 사망률은 지역(중진료권) 간 최대 2배의 차이가 난다. 흔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망률이 낮고 강원도 같은 지역에서 사망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수도권의 경기도 이천 진료권(이천·여주)인 반면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 강릉 진료권(강릉·평창)이다. 경기도에서도 김포·고양·성남 진료권은 사망률이 낮은 반면 시흥·평택 진료권은 사망률이 높다. 강원도에서도 강릉 진료권은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지만, 바로 인접해 있는 속초 진료권(속초·고성·인제·양양)의 사망률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그래픽 1〉.

이렇게 지역 간에 병원의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56개 중진료권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큰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이었다. 큰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그보다 작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원도 속초 진료권처럼 외딴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도 이천이나 경상남도 거제 진료권처럼 대도시 주변 지역에도 큰 종합병원이 없었다. 서울이나 부산이 블랙홀처럼 환자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큰 종합병원이 세워지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중진료권이란 몇 개 시·군·구를 지리적으로 묶으면 입원 환자의 대부분이 지역 내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부족한 5개 대진료권, 중증환자 치료에 한계
암·뇌졸중 등 중증환자가 필요한 때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어
취약 대진료권에 상급종합병원 확충하거나 새 병원 육성하고
의료 취약지 11개 중진료권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배치해야

큰 병원 없으면 사망률 낮아지지 않아

흔히 도시에는 환자가 많아 큰 종합병원이 운영될 수 있지만 시골에는 환자가 적어 의료 취약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 중진료권 단위로 분석해보면 큰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나 큰 병원이 있는 지역이나 인구당으로 환산하면 병상 수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의료 취약지에 있는 작은 병원 병상을 모으면 300병상 이상 큰 종합병원을 여러 개 짓고도 남는다. 환자가 적어서 큰 병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정부나 종교단체가 주로 병원을 짓기 때문에 애초부터 큰 병원을 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가 의원에서 시작해서 병원을 키워나가기 때문에 작은 병원이 넘쳐 난다.

입원환자 사망률 중환자 사망률
병원이 아무리 많아도 큰 병원이 없으면 사망률은 낮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큰 종합병원이 없는 경상남도 고성 진료권(통영·고성)과 강원도 영월 진료권(영월·정선·제천·단양)은 전국 평균보다 병상이 1.2배 더 많은 지역이지만 사망률은 1.3배 높다. 작은 병원이 많으면 사망률은 낮아지지 않지만, 입원 환자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은 병상 수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작은 병원만 많으면 비효율적인 의료체계가 된다.

이 같은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의료정책은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의료 취약지 문제를 내버려 둔 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좋은 병원이 있는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의료 취약지에 사는 사람은 간단한 병이 아니라면 병원에 가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에 가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에는 더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춘천·안동의 중증환자 사망률 1.4~1.6배 높아

이제까지 정부가 지역 간 의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다른 예는 상급종합병원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암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환자가 필요한 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22개 대진료권별로 상급종합병원이 고르게 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진료권 중 상급종합병원이 아예 없거나 부족해 중증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기 어려운 곳이 5개나 된다. 이들 대진료권의 중증환자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1.4~1.6배 높다. 중증환자 진료가 취약한 5대 대진료권은 춘천 진료권(춘천·홍천·화천·양구), 안동 진료권(안동·영주·봉화·영양·청송·의성·예천), 청주 진료권(충북), 포항 진료권(울진·영덕·포항·영천·경산·청도·경주), 광주 진료권(광주·전남)이다〈그래픽 2〉.

만약 정부가 중증환자 진료의 지역 간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취약한 5개 대진료권에 있는 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육성하거나 기존 상급종합병원의 규모를 확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 대형 병원 중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상급종합병원 제도를 운영해왔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어디에 살든 좋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대형 병원의 성적을 매기는 데 매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병원-지역병원 경쟁, 모두에 손해

지역 간 의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어디에 살든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상급종합병원이 부족한 5개 대진료권에 기존 상급종합병원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병원을 지정·육성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광주와 청주에서는 기존 병원의 규모를 늘리고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춘천과 안동에는 지역 종합병원을 지정 육성해야 한다. 이들 병원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건강보험 진료비를 가산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 교육·수련 비용과 연구비를 지원해줘야 한다.

둘째, 큰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 11개 중진료권에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배치해서 입원 환자와 응급 환자가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상이 많은 곳에는 작은 병원들이 협력하여 큰 종합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병상이 적은 곳에는 새로 공공병원을 짓거나 기존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중환자 진료 능력에 한계가 있는 의료 취약지 종합병원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처럼 대학병원과 지역 병원이 환자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방식은 모두에 손해다.

셋째, 정부와 시·도는 이들 지역 병원이 대학병원의 도움을 받아 지역 주민에게 질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대학병원이 지역 병원에서 진료하기 어려운 중환자를 받아 진료할 수 있도록 별도의 수가를 신설하고(공공정책 수가), 지역에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학병원이 파견할 수 있도록 교수를 추가로 채용하고,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정원을 늘리고, 지역 병원의 의료 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입원 환자 사망률을 포함한 치료 성적을 평가하고 좋은 성과를 낸 지역의 병원들에 재정적인 보상을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병상 규모 조정, 입원 환자 사망률 25% 줄여

흔히 의료 취약지에 큰 병원을 배치하는 것을 비효율적인 지출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에 큰 병원을 짓는데 많은 돈을 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많지 않아 운영하는데 계속 적자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의료 취약지에 과잉 공급된 작은 병원들을 그대로 둘 경우에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의료 취약지의 의료 공급 구조를 개편한다고 생각하면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중진료권별 병상의 공급 구조와 입원 환자 수, 입원 환자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우리나라 병원의 병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변화시키면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25% 감소시킴과 동시에 입원 환자 수를 25% 줄일 수 있다. 지역에 큰 종합병원이 생기면 작은 병원이 줄어들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입원도 따라서 줄게 된다. 흔히 병상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도시에 오히려 병상이 적은 이유다. 서울의 인구당 병상 수는 전국 평균보다 10% 이상 적다. 의료 취약지에 적정한 규모의 병원을 배치하는 것은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인 동시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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