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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대화 본격화하나…아베 조문외교 주목(종합)

장기 집권 기반 마련 기시다, 유연성 발휘 여부가 관건

한일대화 본격화하나…아베 조문외교 주목(종합)
장기 집권 기반 마련 기시다, 유연성 발휘 여부가 관건



(도쿄·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김효정 오수진 기자 = 아베 신조 전 총리 추모 분위기 속에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중간평가 성격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내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 역사 갈등 현안을 다룰 수밖에 없는 한일 고위급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집권당의 승리를 이끈 기시다 총리의 권력 기반이 탄탄해짐에 따라 일본 측이 한일 대화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 다시 속도 낼 듯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선거 국면이 마무리됨에 따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은 한일 국장급 협의, 한일 외교차관 회담 등을 통해 관계 개선 필요성에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8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 제반 현안 해결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께로 예상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은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졌고, 지난달 말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던 한일 정상의 첫 회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참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국 측이 한일 역사 갈등 현안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회담 불발의 원인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이달 들어 한국에선 지난 4일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논의할 민관협의회가 출범해 첫 회의가 열렸다.
오는 14일 열리는 2차 회의부터는 참석자들이 생각하는 구체적 해결안을 놓고 논의에 들어간다.



◇ 한덕수 총리 조문 방일…외교장관도 방일 조율
한국 고위급 인사들의 방일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예정에 없던 한일 간 최고위급 '조문외교'가 이뤄지게 됐다.
한국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대통령 특사 성격의 조문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조문 사절단 파견의 주목적은 일측에 애도를 표하기 위한 것이지만,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가 방일하는 만큼 이를 통해 한일관계에 대한 최고위급에서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참석하는 장례 행사는 가족장(12일) 이후에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개최하는 공식 추도식이어서 방일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다.
아울러 외교수장인 박 장관의 방일도 다시 추진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박 장관이 참의원 선거가 끝난 후 이달 18∼21일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이 최종 조율 중이라고 지난 8일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문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정을 조율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일본 측과 방일 일정에 대해 조율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국내 사정을 감안해서 편리한 시기에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며 "만약에 일본 방문이 이뤄지면 한일 간 여러 가지 현안 문제들과 신뢰 회복을 위한 그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가능하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안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 박 장관이 방일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으로 알려졌다.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역사 갈등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기시다, 한일관계 유연성 발휘할까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기시다 총리가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에 호응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자민당 내 온건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을 받아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아베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내각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한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가 올해 1월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고 하다가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이) 역사전(戰)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자 추천 쪽으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아베 전 총리가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와 함께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한일 갈등 현안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는 "기시다는 아베와 달리 온건파, 비둘기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한국의 정권도 바뀌고 했으니 냉각된 한일관계를 돌리기에는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도 아베 전 총리의 부재는 "기시다 총리가 (온건파인)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데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서 "그중에는 한일관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 추모 분위기 속 정책 전환 쉽지 않다는 견해도
그러나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서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완고한 입장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외무상 재직 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총리도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총리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헌모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징용 및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이상 일본 정부의 기존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 추모 분위기가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단기간 내에 정책 전환을 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교수는 "금방 한일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기시다 총리가 한일 역사 갈등 현안에서 쉽게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다만 "기시다는 아베보다는 유연하게 물밑에서 (한국과) 접촉하거나 (한일) 민간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정치권과 여론 역시 한일 문제에서 양보를 거부하는 견해가 강하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치르는 참의원 선거 후보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강제 동원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갈등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27%, '일본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12%였다.
또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월 20~24일 18세 이상 일본 국민 1천1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한일이 징용, 위안부 등 역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나라가 상대국에 지금보다 더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인의 58%가 일본이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양보해야 한다는 답변은 32%에 머물렀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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