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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R의 공포'는 타당한가…"지금은 아무도 확신못해"

웰링턴 부사장, 인터뷰서 "기업 이익과 원가를 보라…스태그플레이션 아냐" 연준도 '기술적 경기침체 집착말라'…침체와 위기 구분할 필요 지적도

[특파원 시선] 'R의 공포'는 타당한가…"지금은 아무도 확신못해"
웰링턴 부사장, 인터뷰서 "기업 이익과 원가를 보라…스태그플레이션 아냐"
연준도 '기술적 경기침체 집착말라'…침체와 위기 구분할 필요 지적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지금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R의 공포'다.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recession'(리세션)의 머리글자를 딴 이 용어는 글로벌 자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주춤한 것도, 채권 금리가 최근 내려간 것도 전문가들은 다 경기침체 공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주요국 증시의 움직임 역시 이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관한 시장 심리에 좌우되는 듯하다. 주가가 급락하면 경기침체 우려 탓이라는, 주가가 반등하면 연준이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금리를 덜 올리거나 낮출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제일 먼저 나올 정도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면서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를 가능성이 아닌 기정사실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경기침체를 단정하기 이를 뿐 아니라 크게 두려워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미국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닉 사물리한 부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진입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경제지표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 시점에서는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주로 국부펀드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웰링턴의 멀티에셋 전략가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사물리한 부사장은 "경기침체 확률이 전보다 높아졌고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면서도 "경기침체를 절대적인 용어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시장의 '기술적 경기침체' 정의를 맹신하기보단 "경제 성장은 하나의 고려 사항으로 기업 이익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봐야 하고, 두 번째로 기업들의 원자재 투입 원가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를 봐야 한다"고 사물리한 부사장은 설명했다.

만약 기술적 경기침체를 피하더라도 기업들의 투입 비용 증가로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과, 최근 일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을 서서히 줄일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 관측에는 "미약한 성장과 높은 물가상승률의 결합이 시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믈가상승률이 높지만, 느려지긴 했어도 여전히 성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사물리한 부사장은 "이는 만성적 고(高)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주기적 성장 하락"이라고 정의했다.
기술적 경기침체의 정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연준 내에서도 힘을 얻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일 "월가에서 경기침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2개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난 그런 입증되지 않은 정보로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1.6%)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한 데 주목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달 23일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두어 번 더 마이너스 성장하는 분기가 올 수 있다"면서도 강력한 노동시장을 이유로 이를 경기침체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관들이 보는 경기침체 가능성도 대체로 높은 편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딜로이트,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 씨티그룹, HSBC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투자은행들은 내년 경기침체 확률을 30∼35% 정도로 추산했다.
또 상당수 투자자가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를 혼동하는 바람에 'R의 공포'가 과하게 부풀려진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기고문에서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 위기'를 경고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같은 비관론자들도 있지만, 아직은 '가벼운 경기침체'(mild recession)에 베팅하는 전문가가 더 많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되거나 낮은 확률이 현실화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섣불리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사물리한 부사장은 "전망이 불확실할 때는 경제 상황에 대체로 무관한 현금흐름을 가진 곳에 투자하는 게 낫다"면서 "연준이 다음에 어떤 일을 하는지,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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