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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장의차 타고 돌아온 아베…수백명 도쿄 집앞서 지켜봐

"불쌍하고 안타깝다" "후계자 없는 아베파 걱정된다" 추모 인근 번화가선 "안전한 일본서 이런 일이"…선거 유세차엔 무관심

[르포] 장의차 타고 돌아온 아베…수백명 도쿄 집앞서 지켜봐
"불쌍하고 안타깝다" "후계자 없는 아베파 걱정된다" 추모
인근 번화가선 "안전한 일본서 이런 일이"…선거 유세차엔 무관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 쓸쓸하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정치적인 것은 없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6시간 만에 차디찬 주검으로 도쿄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아베 전 총리의 자택 앞을 찾은 나이가 지긋한 한 남성은 타지역에서 굳이 도쿄까지 찾아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갑작스럽게 삶을 마감한 아베 전 총리는 정치적 동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으로 돌아왔고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 아베 집앞 취재·추모 인파…골목길 '북적'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이 도착한 9일 도쿄 시부야구의 자택 인근은 오전부터 취재진, 경찰, 시민들로 가득 찼다.
경찰은 자택 맞은편 인도에 통로를 확보하고 인도 일부와 도로 가장자리에 취재진 대기 공간을 확보했다.

또 자택에서 좌우로 대략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일반 시민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비슷한 방식으로 확보했다.
오전에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취재진 대략 100여 명, 시민 수십 명이 대기 중이었는데, 시신이 도착한 후에 일대를 살펴보니 인파는 몇 배로 늘어났고 좁은 골목에 시민과 경찰이 행렬을 이루다시피 했다.


많은 사람이 뙤약볕 아래 장시간 대기했지만 차분한 분위기였다. 간혹 꽃을 들고 온 사람들이 보였지만 일반인이 헌화할 수 있는 공간은 마땅하지 않았다.
이동 중 좁은 보행로에 멈추면 뒤에 오는 행인에게 방해가 되니 되도록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는 경찰의 안내 방송이 주기적으로 나왔고, 현장 모습을 담기 위해 언론사 헬기가 동시에 5대 정도 근처를 비행하면서 일부 소음이 발생한 정도였다.
◇ '뒤늦게' 경비 삼엄…강경파 동기 다카이치 등 도열한 가운데 시신 도착
유세 현장의 허술한 경비가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이날 고인의 자택 주변 경비는 '뒤늦게' 삼엄했다.
경시청이라고 소속이 표기된 제복을 입은 경찰이 현장에 100명 넘게 배치됐고, 검은 양복에 SP라고 표시된 배지를 입은 경호 인력도 투입됐다. SP는 경시청 경비부 소속으로 중요 인물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관이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이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P 배지를 단 남성이 다가오더니 정중하게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서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근처에 있던 한 외신 기자는 마침 기자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서 소지품 검사까지 받았다.
시신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NTT동일본 소속 전보 배달 차량이 도착했고 한 남성이 커다란 봉지 세 꾸러미를 집안으로 전달하고 왔다. 일본은 경조사 때 여전히 전보 등 우편을 활용해 축하나 조의를 표하는 사회다.

아베 전 총리의 국회의원 당선 동기이며 역사 인식 문제 등에서 강경 노선을 이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과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 등 자민당 주요 인사가 도열한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장의차가 오후 1시 35분께 건물 차고로 들어갔다.
근처에서 기다리던 이들이 관을 볼 수는 없었다.
장의차가 도착하고 15분가량 지난 후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자택을 찾아 10분 정도 조문한 뒤 떠났다.
◇ "10∼15년 더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워하는 시민
기자가 만나 시민들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 자택 근처에 사는 여성 노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멍하고 원통하다. 불쌍하고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인이 생전에 옥상을 걷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는 등 아베 전 총리를 상당히 가깝게 느꼈다면서 유세 현장의 경비가 "허술했다"고 했다.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한 여성(58)은 "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에게 물어봤더니 여기서는 할 수 없다며 돌아가신 장소에 가서 놓든지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아베 전 총리를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 자택 앞에서 합장하고 돌아가던 고메야 하루유키(74) 씨는 자신의 고향이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이라면서 "귀성할 때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탄 적이 세 번 정도 있어서 가깝게 느꼈다"며 이번 사건이 "정말 충격적이고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하지 않았다면 "젊으니 앞으로 10∼15년 정도는 더 (정치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직 확실한 후계자가 없는 아베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 젊은이들은 덜 주목하는 듯…거리 유세차에 무관심
아베 전 총리의 자택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시부야역 근처에 가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고령층보다는 덜 주목하는 듯했다.

와타나베라고 성을 밝힌 한 남성(22)은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잘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누구나 언젠가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정치적 입지나 선거가 임박한 점을 생각할 때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현직 총리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파급력이 클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어머니와 아르헨티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양국을 모두 경험한 야마무라 고(29·회사원) 씨는 "일본이 안전한 나라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여전히 아르헨티나보다는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총이 금지된 나라인데 어떻게 총을 사용했다는 것인지"라고 당국의 대응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기자가 시부야역 근처에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무렵 다음날 투표가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선거 유세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갈 길이 바쁜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지는 못하는 듯했다.
아베 전 총리의 자택 인근에서 기자가 접촉한 한 젊은 남성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다소 쌀쌀하게 반응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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