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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디지털 판옵티콘'

[특파원 시선]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디지털 판옵티콘'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을 의식주라고 한다면, 코로나19 시대 중국에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젠캉바오'(健康寶)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건강코드 애플리케이션이다.
식당이나 슈퍼마켓은 물론 집이나 회사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등 언제 어디를 가든지 건강코드에 담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증해야 한다.
건강코드 인증에 실패하면 어디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종의 방역 신분증으로,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고 조기에 찾아내 격리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중국의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국은 방역을 강화했고, 건강코드 인증 시 72시간 내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를 함께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서는 72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PCR 검사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우유의 유통기한은 7일이지만, 중국인의 유통기한은 72시간"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역용 건강코드가 개인정보 유출 통로가 되거나 국민을 통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건강코드에는 백신 접종 여부와 PCR 검사 기록은 물론 신분증 번호, 사진 등 개인정보가 수록돼 있어 소지자가 언제 어디에 갔었는지 등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휴대전화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국 선수들에게 임시 휴대전화를 지급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러한 서방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사건이 있었다.
허난성 정저우시 일부 지역 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된 사건과 관련해 집단 민원을 준비하던 예금주 1천300여 명의 건강코드가 일제히 녹색(정상)에서 빨간색(비정상)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정저우에 도착하자마자 건강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뀌어 강제 격리됐다거나 정저우에서 수백㎞ 떨어진 곳에 사는데 건강코드가 변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해당 은행에 돈을 예금한 예금주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관영 매체들은 보도를 자제했지만 건강코드 조작 의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당국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방역 담당 간부들이 건강코드를 바꾼 사실이 확인됐다며 1명을 직위해제하고 4명을 경징계하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정부 관계자가 건강코드로 주민의 이동을 막고 심지어 격리시설에 가뒀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사건을 지켜보면서 건강코드가 자칫 잘못하면 권력자에 의해 오·남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약점과 비리를 들춰내거나 무리해서 법률을 적용할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이면 '인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누구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쯤 되면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구상한 '판옵티콘'(간수 한 사람이 죄수 전체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감옥)의 중국 버전이라 할 '디지털 판옵티콘'을 우려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이 방역뿐 아니라 사회통제 강화에 도움주는 '부대효과'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중국 네티즌들은 건강코드 조작 사건을 허베이성 탕산에서 여성을 가혹하게 폭행한 뒤 800㎞ 이상 떨어진 장쑤성 옌청까지 달아났다가 붙잡힌 폭력배들 사건과 연결하며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면, 건달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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