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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도어스티밍’을 기다린 건 아닌데

그건 기다리던 일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출근길 기자 문답, 이른바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에서 화를 냈다는 소식 말이다. 생소한 표현의 일일 행사에 국가적 관심이 쏠려 뭔가 못마땅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촌각을 못 참고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냈다니 안타까움이 더했다.
 
도어스테핑은 한국에서의 용례와 달리, 영국 등에선 민감한 이슈에 연루된 취재원 집 앞에 기자가 찾아가 반기지 않는 취재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공익 보도와 특종 욕심 사이를 오가는 기자의 행태가, 한국에서는 국정 현안에 대한 최고 권위의 논평 자리가 됐다. 그렇게 정체가 불분명한 시공간에서 도어 ‘스티밍(steaming·몹시 화가 난)’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에 난감함을 느낀다.
 
윤 대통령이 받은 질문이 열 받을 만한 것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장관급 인사와 관련해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상투적인 것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제스처까지 취하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라”면서 공직 후보자들을 감쌌다.
 
그 포인트가 바로 국민이 기다리던 것임을 모르는 것인가. 대통령이 자부하는 후보자의 훌륭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새로운 공복을 신뢰하게 하고,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의 적임자임을 공감하게 하는 일 말이다.
 
박순애 교육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국회 원 구성 차질 때문이라지만, 법으로 보장된 관찰 기회마저 놓친 국민은 허탈감을 넘어 괘씸함을 느낀다. 동네 마트에서 수박을 살 때도 꼭지가 말라 비틀어지진 않았는지 주인장의 확인을 받지 않던가.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의 하나였던 ‘청문회 패싱’ 아닌가.
 
박 부총리의 가장 큰 결격 의혹으로 거론되는 만취 음주운전 전력(2001년 12월)에 대한 공적인 평가 기회는 사라졌다. 여야의 관점이 확연히 갈렸던 쟁점이었다. “잘못됐지만, 20년 전의 일일 뿐”(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라는 용서, “더 오래된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교원 포상을 못 받은 교장이 많다”(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비판 사이에서 국민은 고민하고 선택할 시간이 필요했다. 박 부총리 입장에서도 잘못된 첫인상을 바로잡을 기회를 날린 셈이다.
 
진정한 소통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국민의 처지는 ‘고도(Godot)’를 기다리는 부조리극 속 주인공을 닮았다. 고도가 누구인지,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른 채 기다리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존이다. 기다림을 숙명으로 알고 지쳐도 멈추지 않는 그들이 있다는 걸 윤 대통령이 한시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김승현 / 정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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