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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로 가는 길"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의 개헌안 논란

"독재로 가는 길"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의 개헌안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정치 개혁과 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헌법기관들의 기능을 잇달아 정지시킨 북아프리카 튀니지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5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튀니지 정부는 지난 3일 관보를 통해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직접 헌법위원회를 꾸려 초안을 만들고 다듬은 개헌안은 그러나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을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는 25일 국민투표에 부쳐질 이른바 '새 공화국의 개헌안'에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을 임명하고, 정부의 도움을 받아 행정력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는 의회의 신임 투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또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과 군 통수권, 판사 임명권도 명시했다.
2014년에 제정한 기존 헌법에 따라 운영되어온 의원내각제 성격의 대통령제를 뒤엎고, 대통령에게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헌안에는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이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이런 개헌안을 공식 발표하자, 각계에서는 '아랍의 봄' 시위의 발원지인 튀니지를 과거 독재 정권 시절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사이에드 대통령의 명을 받고 초안을 만들었던 헌법위원회의 사데크 벨라이드 위원장마저 공개한 개헌안이 자신들이 만든 초안과 거리가 멀다며 공개 저격했다.
벨라이드 위원장은 "공식 발표된 개헌안은 우리가 만든 초안과 다르다. 개헌안은 위험하며 수치스러운 독재 정권의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2014년 개헌 작업에 참여했던 네지브 체비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14년 개헌 작업은 안정적이었고 배타적이지 않았으며 투명했다"며 "하지만 이번 개헌 과정은 국제적인 법 기준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인 모흐센 사아드씨는 APTN과 인터뷰에서 "나는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개헌안은 대통령 카이스 사이에드 개인이 독재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아랍의 봄 시위후 정국을 주도해온 정당 정치에 반감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대통령의 개헌안을 지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45세의 튀니스 주민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행위를 쿠데타라고 비판하지만 나는 지지한다"며 "대통령의 뜻에 동의하며 그와 함께 이슬람 정당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국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19년 10월 선거에서 당선된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척결하겠다면서 지난해 7월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의회 기능도 정지시켰다.
그는 이어 사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관장하는 헌법 기구인 최고 사법 위원회(CSM)도 해체하고 법관들을 임의로 해임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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